정치 현수막 다시 난립하나…"조례 무효" 대법원 판결에 인천시 '고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정당 및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크게 관련이 없음) / 뉴스1 ⓒ News1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정당 및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크게 관련이 없음) / 뉴스1 ⓒ News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만 걸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인천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해 무효란 대법원 판단이 나와 인천시가 고심에 빠졌다.

1일 인천시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 선고기일을 열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행안부가 광주시의회, 울산시의회, 부산시의회를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22년 12월 11일부터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때 신고 절차와 장소 제한을 두지 않다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후 원색적인 비방이나 막말이 담긴 정당 현수막이 거리에 걸리면서 각 지자체엔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2023년 5월 정당 현수막의 개수·내용 등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여기엔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하고,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는 현수막 개수는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하며, △혐오·비방을 금지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계도·홍보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정당 현수막 단속에 나섰고, 그 결과 거리마다 난립했던 현수막도 사라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는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율을 통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인천시는 고심에 빠졌다. 시로선 정당 현수막의 문제점을 인식해 다른 지자체들보다 적극적으로 조례 개정에 나섰지만, 조례안의 효력 자체가 사라진 만큼 더 이상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각 정당은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법률이 시행됐으나, '전용 게시대'나 '철거' 등을 명시한 조례안과 비교하면 크게 완화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는 각 정당과 협의해 '정당 현수막 청정 지역'을 선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올 연말까지 전용 게시대 25개소를 추가 설치해 169개소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대법원 판단을 다시 살펴보고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며 "울산시와 부산시 등의 경우를 참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