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막겠다"… 주차장 통로에 '봉' 100여개 설치한 인천 계양구

설치된 차량규제봉(온라인 갈무리)/뉴스1
설치된 차량규제봉(온라인 갈무리)/뉴스1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인천 계양구가 공원 내 노숙인 생활을 막겠다며 공원 지하 주차장 통로에 100여 개의 '봉'을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계양구에 따르면 최근 계산국민체육공원 지하 주차장 통로 6곳에 각각 '차선규제봉'(시선 유도봉) 20여개씩 총 130개가 설치됐다.

차선규제봉은 차량의 불법 유턴 등 회전이나 도로 주정차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물이다.

계양구는 이들 차선규제봉 설치와 함께 "노숙인 방지를 위해 구조물을 설치했으니 주차장 이용객의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벽에 걸었다.

계양구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공원에 머물고 있는 여성 1명을 포함한 노숙인 3명의 생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양구 관계자는 "계산체육공원에 머무는 노숙인 3명이 통로에 방뇨해 심한 악취가 나는 등 통로를 이용할 수 없어 마련한 조치"라며 "노숙인들이 보호시설 입소도 거부하고 있고 그 대응을 위한 관련 법령도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산체육공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 일부 구민들은 노숙인을 내쫓겠단 이유로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봉'을 설치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박모 씨는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노숙자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십 개의 주차방지봉을 계단에 박아놓을 수 있냐"며 '새올 전자민원창구'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이 민원이 접수되자 계양구는 일단 설치한 봉을 모두 회수한 뒤 노숙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계양구 관계자는 "공원 내에 설치된 차선규제봉을 지역 차도 곳곳에 파손된 채 있는 차선규제봉 교체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노숙인 대응을 위한 조치를 구 차원에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준공된 계산국민체육공원 지하 1층 공영주차장은 총 215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준공됐다.

s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