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치료받고 '뇌손상 장애' 2살…3억9천 소송서 패소

"구호조치 늦어져 인지장애 등 얻어"

응급실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뇌손상을 입은 2살 아이의 부모가 병원 측을 상대로 3억 9000만 원대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민사14부(김지후 부장판사)는 A 군과 그의 부모가 인천 모 의료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원고에게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2019년 6월 17일 당시 2살이던 A군은 인천의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 방문 2일 전 다른 병원에서 수족구병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했는데, 평소와 달리 자다가 20분마다 깨는 양상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의사 B 씨는 A 군에 대한 검진 후 뇌 CT 촬영검사 등을 위한 진정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병원 의료진이 처방한 포크랄 시럽(경구 진정제) 7ml를 원고 A 군에게 먹였으나, A 군은 절반 정도를 먹고 나머지를 뱉었다.

이후 A 군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의료진은 인공 관을 코나 입으로 집어넣어 기도를 여는 '기관삽관'을 시도했다. 기도에 튜브가 삽입된 후에도 A 군의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자 삽입한 튜브를 제거했고, A 군은 같은 날 오전 1시53분쯤 심정지 상태가 됐다.

병원 의료진은 A 군에게 심장마사지를 실시했고, 다시 맥박이 잡혔다. 다른 전공의가 기관삽관을 시도해 결국 성공했지만 A 군은 4분 뒤인 2시 1분쯤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A 군은 심장마사지 후 맥박이 다시 돌아왔지만 뇌염과 저산소증에 의한 뇌 손상으로 지금까지도 보행장애와 인지장애, 언어장애 등을 앓는 상태다.

A 군 부모는 2020년 병원 측에 치료비와 위자료 등 모두 3억9000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의료진은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에 빠진 A 군을 방치해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며 "기관 삽관도 지연해 심정지와 뇌 손상이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군 등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병원의료진이 관찰을 소홀히해 구호조치를 지연한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부족하다"며 "간호일지에 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지속적으로 A 군에 대한 혈압 및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며 상태의 변화를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은 기관삽관을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 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부합하는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 군이 24개월 미만의 영아라서 기도가 성인에 비하여 작다는 점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단지 기관삽관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료진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