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지옥"…'좌표'찍혔던 김포시 공무원의 끔찍한 기억

"공무원 신상 정보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 있으면 좋겠다"

지난 2022년 작성된 김포 지역 온라인 카페 속 댓글(카페 화면 갈무리)/뉴스1

(김포=뉴스1) 이시명 기자 = "하루에 100여통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경기 김포시 지역 카페에 신상이 노출되는 등 민원인들로부터 '좌표'의 대상이 됐던 경험이 있는 김포시 공무원 A 씨는 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건축허가가 완료된 김포 '구래동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을 담당했던 주무관이다. 구래동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9만5051㎡의 규모로, 15만4000V의 특고압선이 깔릴 것으로 알려져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시공사의 착공 지연 요청으로 건립 추진이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당시 김포 지역 온라인 카페의 한 회원은 A 씨의 실명과 내선 전화번호 등을 공개했다. 카페 회원들에게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를 위한 항의 민원 접수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데이터센터, 고압선 관련 김포시청 담당자에게 꼭 전화해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2022년 10월께 게재된 글에는 "민원 상대하는데 말투며 태도가 깐족 그 자체이네요"라며 "도의적 책임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말빨 세신분들 항의전화 부탁드려요"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 동조하는 듯 보이는 일부 카페 회원들은 "김포 공무원들 싹 갈아 엎어야 겠다", "걍 철밥통 병x이네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한 회원은 A 씨 외 해당 사업과 연관된 다른 공무원 4명의 실명과 내선전화번호를 정리해 올려두기도 했다.

A 씨는 "그때 당시 정말 죽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업무가 시작되는 아침 9시부터 전화가 울릴 때마다 손이 떨리고 무서웠다"며 "빨리 부서를 옮기거나, 휴직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매일 욕설 섞인 폭언에 시달리다 보니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왜 살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고통 속에서 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끝으로 A 씨는 "'좌표'가 찍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며 "공무원의 개인 신상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작은 법적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A 씨는 지난 1월1일 인사 발령으로 다른 부서로 옮겼다.

앞서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B 씨(30대)는 지난달 29일부터 해당 온라인 카페에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지난 5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김포시는 B 씨가 악성 민원으로 인한 심적 부담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해당 온라인 카페 회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밟고 있다.

유세연 김포시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앞으로 공무원들의 신상정보가 조금이라도 덜 노출 될 수 있도록 김포시와 협의하는 등 방안을 찾는데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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