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금지법' 통과…발길 뚝 끊긴 인천 영양탕 거리

14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 미추홀구 햇골길 근처 영양탕 거리에 사람의 발길이 보이지 않는다.2024.1.14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최근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돼 앞으로 인천 중구 신흥동 영양탕 거리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고기 판매가 금지된다. 수십년간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개고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1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의 식용 목적 사육, 도살, 유통, 판매 행위가 금지된다.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부터 시행된다.

다만 현존하는 식당, 농장들에게는 3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법 시행 3년 이후에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전날 낮 12시30분 찾은 인천 중구 신흥동 영양탕 거리는 한창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인근 가게에는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문을 닫은 가게들로 즐비했고 황량한 분위기였다. 이어 오후 2시께 찾은 미추홀구 햇골길 근처 영양탕 거리에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30여분을 오가며 지켜봤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미추홀구에 사는 김모씨(27·여)는 "반려견을 키워 개식용에 반대해 왔는데 법이 제정돼 다행이다"며 "개 도살 과정을 TV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비위생적이고 잔인해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했다.

부평구에 사는 박모씨(52·남)는 "전에는 회사 상사를 따라서 개고기를 먹으러 많이 다녔지만 지금은 먹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어 상사도 '먹으러 가자'고 말하지 않고, 이제는 그만 먹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화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의 급증이 맞물려 '개고기 옹호론'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12월 독물복지연구소 어웨어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가 93.4%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4.8%p 증가한 수치다.

응답자의 94.5%는 지난 1년 동안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로는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라는 응답이 5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육·도살 과정이 잔인해서'(18.4%), '생산·유통 과정이 비위생적일 것 같아서'(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 중구 신흥동 영양탕 거리 근처 한 영양탕 가게.2024.1.14 ⓒ News1 박소영 기자

그러나 한평생 영양탕 가게를 운영해온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은 단골손님들로 명맥을 이어왔지만 법 제정으로 업종 변경을 피할 수 없어서다.

신흥동 영양탕 거리에서 37년째 영양탕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9·여)는 "시어머니 가업을 물려받아 장사를 하면서 자식농사를 지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2개월 전부터 흑염소로 업종변경을 했는데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근에서 다른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씨(65·여)도 "개고기를 항상 아침마다 삶아 놓는데 팔리지 않는다"며 "평소 개고기를 못 먹는 손님들을 위해 서브메뉴로 해놨던 물메기·서대기탕으로 주종을 바꿔야 하는 상태다. 국가에서 피해 보는 업주들을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