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5명 숨졌는데 정부는 '예산 탓'…인천대교 안전장치 무산?

국토부 “민자도로 추락방지시설, 국비 지원 불가”
허종식 “정부, 국민생명 보호할 의무에도 무책임”

지난 2020년 8월10일 오후 5시32분께 인천대교 영종~송도 방면 해상 교량 약 5㎞지점에서 "운전자가 없이 차량만 정차돼 있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돼 현장에 출동한 소방 등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인천소방본부 제공)2020.8.11/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민자도로 ‘인천대교’에서 2009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국민 65명이 투신해 숨졌다.

정치권이 더 이상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안전장치 설치비용을 내년 예산에 편성하라고 요구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대답은 "불가"였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인천대교 추락방지시설 설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토부가 국비 투입이 어렵다고 해서다.

허 의원은 앞서 국토부의 내년 예산에 인천대교 추락방지시설 설치비 12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최근 열린 국토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민자도로에 추락방지시설을 국비로 설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토부가 예산 투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이 사업은 물 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인천대교 운영사가 사업비를 먼저 투입하고 운영기간을 늘리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협상, 사업비 마련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마저도 운영사가 그동안 난색을 표했던 터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사업은 인천대교에서 추락사고가 집중된 교량 중앙부 왕복 12㎞ 구간에 추락을 방지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길이 21.4㎞의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는 보행으로는 갈 수 없고 차량만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운전자가 대교 위에 차량을 두고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사망자만 65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17명이나 숨져 교량 중앙부 갓길에 PE드럼통 1500개를 설치해 투신사고 예방을 강화했지만 올해도 10명이나 사망하면서 두드러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추락방지시설 설치 필요성이 대두됐고 기술적 검토에서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까지 얻었다.

결국 사업비만 마련하면 되는 상황인데 국토부는 국비 투입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 의원은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허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무책임하게 예산 탓만 하고 있다"며 "무작정 국비 투입이 불가하다고 할 게 아니라 국민안전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inam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