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에는 9시간 늦은 ‘코드 제로’…112신고에도 여성 피살 못 막아

대전청·충북청 등 사건 발생 9시간 후인 30일 오전 9시 코드제로 발령
용의자 "공범 2명 더 있다" 진술

용의자들이 피해여성을 납치하고 있는 모습.(조선일보 캡처) / 뉴스1

(경기·인천·대전·충북·전남·광주=뉴스1) 정진욱 허진실 박대준 서충섭 장동열 기자 = 심야 서울 강남 아파트 인근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 살해된 사건이 충격을 준 가운데, 범행을 목격한 시민의 112신고에도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 경찰이 출동 최고 수준 단계인 '코드제로'(코드 0)를 사건발생 직후 곧바로 발령했지만, 수사공조를 해야할 지방경찰청에는 112신고 발생 9시간여 만에 수사공조 요청과 코드제로가 뒤늦게 발령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대전경찰청, 충북경찰청 등 각 지방청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쯤 서울서 수사 공조요청을 받고 코드제로를 발령했다. 112 신고 접수후 9시간여 만이다. 전북, 전남, 광주청에는 공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경찰청은 30일 청주시 상당구 명장사 인근에서 용의자들이 타고 온 렌트카를 발견했으나 용의자들이 떠난 뒤였다. 경찰은 이어 수색을 벌이다 용의자들이 택시를 타고 경기도 성남시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색을 종료했다.

이를 두고 여성 납치라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경찰이 코드 제로를 너무 늦게 발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2 신고 접수에도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 여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상 경찰은 살인과 납치 등 중요사건 신고가 이뤄질 경우 출동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코드 제로(코드0)'로 분류해 초동조치를 취한다. 112신고 출동 단계 5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살인과 납치 등에도 코드 제로가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조사를 해 봐야 하겠지만, 여성 납치라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코드제로를 늦게 발령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용의자들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인력 등이 동원되면서 A씨(30)는 31일 오전 10시 45분쯤 성남시 수정구 모란역 인근에서, B씨(36)는 오후 1시 15분 역시 성남시 수정구에서 붙잡혔다. 나머지 1명인 C씨(35)는 오후 5시 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체포됐다.

용의자 중 1명은 "공모자 2명이 더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경위를 파악중이다.

앞서 경찰에 따르면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남성 3명이 피해 여성 1명을 폭행한 뒤 차량에 태웠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범행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용의자들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의 몸을 붙잡고 강제로 끌어당겨 차에 태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목격자들이 "살려주세요"라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은 뒤 112에 신고했으며, 피해 여성의 가족도 30일 여성이 귀가하지 않고 직장 출근을 하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버렸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전시 대청댐 인근 야산에서 피해 여성의 사체를 발견했다.

용의자들의 차량에서는 혈흔과 흙이 묻은 삽, 케이블 타이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5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빼앗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A씨 등이 가상화폐 관련 사기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을 두고 이 사건이 납치·살해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조사를 통해 경위 및 동기, 다른 공범 여부 등을 밝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일 오후 2시 해당 사건 관련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gut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