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혐오는 싫어요" 3년만에 열린 인천 퀴어축제(종합)
경찰의 적극적인 질서유지로 기독교 측과 충돌 없어
-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된 성소수자들의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3년만에 대면축제로 열렸다. 이날 축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측과 충돌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경찰의 적극적인 질서유지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15일 낮 12시부터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고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당초 조직위는 중앙공원을 관리하는 인천시 대공원관리사업소로부터 장소 사용 불허 통보를 받았으나, 집회신고를 마치고 축제를 강행했으며, 이날 행사에는 성 소수자 단체와 진보 시민단체 관계자 등 경찰서 추산 400여명이 참석했다.
축제장 주변에는 일부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이 '동생애 죄는 거부한다'는 피켓을 들고 축제 개최를 반대했다.
이날 축제장에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도 참석했다.
캐나다에 29살 트렌스젠더 자녀를 둔 윤모씨(61)는 "아들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커밍아웃을 했고, 트렌스젠더로 살아가고 있다"며 "현재는 성소수자와 결혼해 캐나다에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성 소수자가 편견과 혐오를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성 소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혐오와 편견 때문"이라며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퀴어축제는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다.
퀴어축제에 참석한 인천시민 박모씨(60대)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가치를 내건 퀴어축제를 응원한다"며 "성 소수자들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퀴어 축제장에는 중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중학생들은 축제 부스에 마련된 성소수자 관련 책자를 읽어보거나, 행사 참가 부스에서 나눠 준 콘돔을 받고, 에이즈와 관련된 퀴즈를 맞추기도 했다.
퀴어축제장 앞에서는 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대집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구월동 시티은행 맞은편 지점 중앙공원에서 열렸으며, 경찰 추산 800여명이 참석했다.
기독교 단체는 당초 퀴어축제측과 비슷한 시간에 맟춰 구월동 중앙공원 하늘분수지구 일대 거리행진을 하려고 했으나 취소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샬롬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변병탁 목사(62)는 "이번 축제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러 왔다"며 "전통적으로 동성애는 죄악이나, 인권으로 포장됐다. 퀴어축제도 히피 문화처럼 금방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는 죄'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던 정모씨(40·여·경기 의왕)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참 사랑이 아니고, 파멸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반드시 이들을 심판대에 세울 것이나 지금이라고 회개하고 돌아오면 모두를 안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개 단체 행사 장소가 떨어져 있지만 지난 2018년 첫 인천 퀴어축제가 열릴 당시, 양측이 충돌을 벌인 만큼 교통경찰 150여 명 등 경찰력 1000여 명을 투입해 퀴어축제 행진간에도 질서유지에 노력했으며, 양측간 충돌은 없었다.
퀴어축제는 인천 지역에서 2018년 첫 개최됐다. 그러나 예수재단 등 3개 기독교 단체 소속 1000여명이 행사 전날 오후부터 퀴어축제 행사가 열리기로 예정된 북광장 옆에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신청하고 점거 농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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