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인천 첫 진보 교육감 '이청연 시대' 개막

인사 ‘칼바람’…전 교육감 인사비리 얽힌 인물 ‘긴장’
조직개편 예상…정책비서관실, 공보비서관실 새롭게 구성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6·4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인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감 당선인 상견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번 전국 교육감 당선인 상견례는 지난주 말 일부 진보교육감 당선인들이 선거 직후 별도로 대전에서 비공개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원은 비밀리에 회동을 가지면서 보수교육계로부터 편가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2014.6.1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figure>인천시교육청은 현 나근형 교육감이 3선, 12년을 이어 오면서 인천고, 서울대로 대표되는 학연과 강화로 구분되는 지연이 얽히면서 임기 막판 ‘인사 비리’로 검찰수사를 받는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6‧4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진영 단일후보로 경선을 통해 추대된 이청연 후보가 보수 진영 후보들을 누르고 교육감에 당선되면서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전교조 인천지부장, 교육위원을 거치면서 사사건건 나근형 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시교육청과 대립각을 보여 왔던 이 당선자의 교육감 당선에 시교육청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첫 진보 교육감 체제 도래…인사 ‘칼바람’ 부나

이청연 당선자가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과 개방형 감사관제, 시민감사관제의 확대 시행을 통해 소통하는 ‘청렴 인천 교육’을 표방하고 있어 7월 정기 인사에 대규모 칼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교육감의 인사비리 핵심에는 인사시스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시교육청은 4급 이상 고위직 인사를 하면서 교육감이 미리 승진 서열순위를 내린 후 인사담당자들이 평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돼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4급 승진을 위해서는 6개월치 근무평가가 총 6번 반영되는 데 가장 최근의 근무평점이 이 같은 방식으로 매겨져 누적된다. 인사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시교육청은 시스템을 정비 올해 1월 인사부터 적용했지만 그동안 잘못된 채 누적된 근평 점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최근 고위직으로 승진한 인사 역시 인사비리를 야기한 잘못된 인사시스템으로 평가를 받아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이호근 행정관리국장과 송영기 교육정책국장 모두 이번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검찰의 인사비리 수사에서 전 행정관리국장 H씨와 나근형 교육감에게 승진을 위해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밝혀진 인사들에 대한 인사 후폭풍도 예상된다.

나 교육감에 대한 인사비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면 언급된 뇌물 공여자 11명 중 4급 이상 고위직은 4명인데 이중 3명이 현재에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연수도서관장 C씨, 화도진도서관장 J씨, 평생학습관장 N씨 등이 바로 그 대상자다.

검찰이 뇌물공여자에 대한 기관 통보를 나 교육감 공판이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미뤄, 현재 이들은 아무런 인사 조치를 받지 않은 채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기관 통보가 이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에나 될 것으로 예상돼 향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인사조치가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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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6‧4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은 이청연 후보가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로부터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News1 주영민 기자

</figure>◇진보 진영 첫 인천시교육감 당선…시교육청 공무원 ‘긴장’

진보 진영 첫 인천시교육감 당선되면서 보수색이 강했던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례로 보수 진영 후보로 나섰던 김영태 후보의 경우 일선 학교 교장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가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평교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후보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일선 교장들이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직접적으로 이 당선자에게 붙어 인사와 관련된 줄대기 등 구태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선거기간 중 오르내렸던 소문들로 인해 긴장감이 조성됐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이 당선자 인수위원회인 행복교육 준비위원회 위원 12명 중 임병구 부위원장을 비롯해 배제천, 이성희, 구원모 위원 등 4명이 전교조 출신으로 좌편향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해 보수 성향 공무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조직개편 수위 어디까지?…정책비서관실, 공보비서관실 예상

6‧4 인천시교육감 선거가 진행되는 4일 인천시교육청 공보관실은 근무를 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인천의 경우 시는 물론 일선 군‧구가 지방선거 결과가 나왔던 5일까지 밤을 새가면서 지방선거 개표결과를 모니터링 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는 현 나근형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은 상황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 교육감과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있는 이청연 후보가 당선되면서 공보관실의 이 같은 행동이 인수준비위원회에 알려졌고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는 시교육청 보고를 앞두고 공보관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당선자가 교육감 직속으로 정책비서관실과 공보비서관실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 공보관을 중심으로 하는 공보관실이 재편되다 못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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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연 인천광역시교육감 당선인(오른쪽)이 5일 오후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강형주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교부 받고 있다. 2014.6.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figure>◇인천 첫 진보 교육감…내‧외부 반응은?

12년 보수성향 교육감이 살림을 꾸려왔던 인천시교육청 산하 공무원들은 진보 진영 이청연 후보가 당선되기 보다는 보수진영 후보인 김영태, 이본수, 안경수 후보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선거 기간 동안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이청연 후보가 당선되면 대규모 인사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인사와 관련된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새로운 교육감을 뽑는 선거당일, 대외 홍보와 언론을 담당하는 공보관실마저 근무를 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볼 때 대부분의 시교육청 공무원들이 진보 교육감 시대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5일 오후 2시 인천시교육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 어우르는 화합의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당선자는 10일 오후 6시에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창립 25주년 기념행사 및 결의대회에 참석해서는 “교육정책 수립에 대단한 저항이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를 장악한 것을 두고 진보교육감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냐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교육감으로 당선돼 여러분 앞서 서니 어색하기만 하다. 진보 교육감들이 행보에 대해 관심이 많은 만큼, 일거수일투족 잘해나가겠다”며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처절한 싸움이 예상된다. 여러분과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교육 정책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 결정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인천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 김현실 사무국장은 “인천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며 “이 당선자가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인천교육의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보수 교육감 시대를 마감하고 처음 진보 교육감을 맞으면서 학부모들 또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교육수장이 바뀌면서 급진적 변혁이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 당선자는 어수선한 교육계를 추슬러 안정시키고 불안해 하는 학부모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 서구 A초교 학부모 성모(38‧여)씨는 “진보 교육감 탄생이 경쟁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면서도 “12년 나근형 교육감 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는 변화의 시기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 인사 역시 일선 학교가 흔들릴 정도로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구 B중학교 학부모 기모(49)씨는 “현 교육감의 인사비리와 뇌물수수에 따른 재판과정을 언론보도로 접하면서 고인물이 썩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새 교육감은 인사비리 등 비위에 얼룩진 공무원들을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jjujul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