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만 50명' 대형 인명피해 피한 '기적의 구조'…아찔했던 분당 화재
소방당국, 신속 진화·구조…인명 피해 최소화 '눈길'
단순 연기흡입 35명 병원 이송…4일 오전 합동감식
- 김기현 기자, 이윤희 기자
"'펑펑' 소리가 나더니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올라 당황했죠.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성남=뉴스1) 김기현 이윤희 기자 =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 복합건물 BYC빌딩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30대 A 씨는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BYC빌딩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는 그는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한 줄 알았는데, 비상계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옥상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 공기를 마신 후에도 혹시 불이 타고 올라올까 너무 무서웠다"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러 왔고,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은 BYC 빌딩이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현재 BYC 빌딩은 발화지점 부근 하얀 외벽이 폭격을 맞은 듯 대부분 검게 그을리고, 유리창 상당수가 깨져 있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50대 B 씨는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건물을 뒤덮어 뭔 일 나는 줄 알았다"며 "대피자들 모두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BYC 빌딩에 학원과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이 많아 혹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 걱정했다"며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메케한 냄새가 BYC 빌딩 주변을 감싸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화재였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소방 당국이 발 빠른 구조 작업을 펼친 덕분이다. 소방 당국은 최초 신고 접수 6분 만인 이날 오후 4시 43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BYC 빌딩은 다수 교육·의료·체육·판매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평소 이용객이 많은 만큼 다수 인명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초 신고 직후 추가로 "다수 인명이 내부에 고립돼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기점으로 소방 당국은 BYC 빌딩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 나서 지하에서 50명, 지상에서 190명을 각각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층별 구조 인원은 △옥상 150명 △지상 6층 20명(업무시설) △지상 5층 20명(업무시설) △지하 1층 20명(수영장) △지하 5층 30명(주차장) 등이다.
이 밖에 70명은 자력 대피했다.
이들 310명 가운데 대부분 연기흡입 등으로 인해 경상을 입었으며,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다만 35명은 9개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불은 오후 6시 1분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5차례에 걸쳐 인명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BYC 빌딩 1층 음식점 주방에서 최초로 불이 시작된 후 주방 배기 덕트를 타고 연소가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진화·구조 작업이 신속히 이뤄졌고, 사람들이 재빠르게 대피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4일 오전 BYC 빌딩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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