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잘 갔다" 자신 거둬주고 자녀 양육까지 한 친누나 살해한 50대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자신을 거둬주고, 자녀까지 양육해 준 친누나를 돈을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에 처해졌다.

수원고법 형사2-2부(고법판사 김종우 박광서 김민기)는 최근 A 씨 살인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형은 주요 양형 요소를 두루 참작해 결정한 것이라고 인정된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원심 양형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 양형이 피고인 행위 책임 정도에 비춰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 5월 5일 오후 9시 54분에서 오후 11시 사이 경기 광명시 친누나 B 씨(70대) 주거지에서 둔기로 B 씨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내가 맡겨 놓은 400만 원을 되돌려 달라"는 자신의 요구에 B 씨가 "너가 살던 방 고치느라 다 사용했다"고 말하며 모르쇠로 일관하자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함께 거주해 오던 A 씨와 B 씨는 금전 문제로 자주 다투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 씨는 이 사건 당일 오후 6시쯤 같은 이유로 경찰에 의해 B 씨로부터 분리 조치됐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B 씨는 특별한 직업이나 소득 없이 무위도식하는 A 씨에게 주거지를 제공하고, 미성년인 A 씨 자녀들을 양육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패륜적인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 방법이 잔혹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앙형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 죽음에 대해 '일찍 잘 갔다'고 표현하는 등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피고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피해자 아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400만 원을 맡긴 사실도 없다고 진술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