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30~40판 주문해 '계란 보살'인줄"…정보사령관 '그 집' 가보니

"해당 점집이 여성 손님들만 받는다는 말 들어"
"점은 여자 보살이 보고 노 전 사령관은 관리·운영만"

사진은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1층에 위치한 노상원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의 모습. 2024.12.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안산=뉴스1) 배수아 기자 = '12·3 비상계엄' 이틀 전 롯데리아에서 계엄을 사전 모의한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했다는 경기 안산의 한 점집. 빌라가 모여 있는 안산의 한 주택가 반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해당 점집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소속 김 모 전 대령, 정 모 대령을 불러 "계엄을 준비하라",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등의 사전 모의를 한 안산의 롯데리아 매장과 도보로 불과 20여분 거리다.

20일 기자가 찾아간 해당 점집은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현재는 운영을 안 하는 상태였다. 현관문 옆으로는 북어가 아래위로 켜켜이 쌓여 있었고, 복도에는 진한 향내가 났다. 현관문에는 '안산시 모범 무속인'이라는 명패도 걸려 있었다.

근처에 산다는 한 주민은 건물 바깥에 '아기 보살'이라고 쓰인 큰 간판이 있었는데 현재는 간판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해당 점집이 노 전 사령관과 연관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모여있는 취재진에게 한 주민은 다가와 "무슨 일이 난 거냐"고 물으면서 "계엄과 관련있는 집이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당 점집에 1년 전까지 '계란 납품'을 했다는 50대 남성 A 씨에게 취재진이 노 전 사령관의 사진을 보여주자 A 씨는 "여기 점집에 계신 분 얼굴이 맞다"며 깜짝 놀랐다.

취재진이 "점집에 왜 계란을 납품하는 거냐"고 묻자 A 씨는 "'계란 보살'인가 생각했다"면서 "신에게 계란을 가지고 하는 어떤 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란을 한 번 주문할 때 30~40판씩 주문한다"며 "손님이 저에게 와서 계란을 결제하면, 노 전 사령관이 전화가 와 언제까지 점집으로 계란을 갖다달라고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점집 건물 3층을 창고로 쓰는 것 같았다"며 "계란 주문이 들어오면 3층으로 배달을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해당 점집이 여성 손님들만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점은 여자 보살이 보고 노 전 사령관은 관리·운영만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 씨는 노 전 사령관의 카카오톡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고추밭이 넓게 펼쳐진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은 사진이 다 내려간 것 같다"고도 했다.

근처에 사는 주민 B 씨는 "지나다니면서 노 전 사령관을 종종 마주쳤다며 그저 동네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장군 출신이었다니 정말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옷도 평범하게 입고 풍채도 있고 무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에도 해당 점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지난 18일 내란 혐의로 구속됐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