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는 왜 휴게소서 컵라면을 먹었을까? 전 사령관이 말한 '진실'
[인터뷰] 국힘 '원외 1호 탈당' 이상철 전 용인시을 당협위원장
안보지원사령관 지내 "국가 수호 군, 범죄집단 몰려 참담"
- 김평석 기자
(용인=뉴스1) 김평석 기자 = “군인은 임무가 부여되면 완수해야 하고 명령자는 고민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위법 부당한 명령이라면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6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상철 전 경기 용인시을 당협위원장은 17일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이 잘못된 명령으로 한순간에 범죄집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으로 구속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90%가 함께 근무한 인물이거나 부하였다”며 “(뉴스에 나오는)그 사람들 얼굴을 볼 때마다 수많은 에피소드 생각난다. 바르고 열심히 군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내란죄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사령관으로 재직했던 방첩사령부(당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위법한 비상계엄의 주동자로 비치고 있는데 대한 자괴감도 탈당을 결심한 또다른 이유라고 했다.
경기 용인특례시 동백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탈당 이유와 심경 등을 들어봤다.
-탈당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결정적인 동기가 됐지만 길지 않은 시간 정치권에 몸담으며 느꼈던 자괴감도 결심을 굳힌 요인 중 하나다. 정치는 승자독식 구조이고 원외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정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목소리 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전에 들은 얘기는 없나.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2일 밤부터 3일 새벽 4시까지 집필하고 있던 책에 대한 탈고작업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맺은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5사단장 시절 진행한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관련 내용을 담은 책이다.
3일에는 저녁 9시 뉴스를 보고 잠들었는데 오후 10시 50분께 지인으로부터 계엄이 선포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했다.
-군사안보지원사령관으로 부임했을 때가 비상계엄 문건 등으로 부대가 어수선할 때였다.
▶2021년 10월 부임했다. 세월호 댓글 사건, 비상계엄 문건 등으로 기무사령부가 해체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됐던 시기다. 4000여명이던 부대원이 2900여명으로 줄었고 상당수 인원이 재판에 연루돼 있어 사기가 바닥이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사기를 진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 백령도에서 제주도까지 전 부대를 다니며 자긍심을 심어주고 애환을 들어줬다. ‘위법부당 명령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시 사령부 훈령도 교육했다.
-비상계엄이 실패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명령을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착각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같다. 군인은 군사 목적의 지시는 목숨을 걸고 완수해야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명령일 경우에는 위법부당하지 않은지 재고해야 한다.
명령이 내려졌지만 군인 대부분이 시간을 지연하는 방법 등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방첩사 요원들의 60~70%가 선관위로 출동하다 위례 휴게소서 컵라면을 먹는 등 시간을 끌었다. 방첩사는 이미 위법한 행위가 처벌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 역사 속에서 배운 학습효과라 생각한다.
박정희·전두환이 쿠데타를 했을 당시에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국민 공감대가 없는 행위는 성공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일시적으로 성공할지라도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 수사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상계엄으로 동원된 군인에 대한 처벌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 명령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 등 일부에 처벌이 귀결되기를 바란다. 군을 난도질하는 방식의 수사는 자제돼야 한다. 군에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
-국민의힘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을 중심으로 뭉치고 한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국민의 마음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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