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마약파티, 밀입국 도주'…베트남인 범죄 왜 급증하나?

도심 클럽서 마약 투약…'바다 헤엄쳐 밀입국, 관광 중 잠적' 사례도
체류 외국인 늘면서 범죄도 증가…"규제 필요, 혐오는 경계해야"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국내 체류 외국인이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갈수록 범행이 대담하고 교묘해지면서 강력범죄에 이어 민생범죄까지 그 피해가 커지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가 지난 1일 새벽 수원시 팔달구 소재 베트남인 전용클럽에 출동해 마약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수원서부경찰서 제공) 2024.12.2/뉴스1

"필로폰 음료 1잔 10만원" 수원 예약제 클럽서 베트남인 39명 체포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 씨 등 12명을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A 씨 등은 지난 1일 새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베트남인 전용클럽에서 필로폰과 MDMA(일명 엑스터시)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등은 남성 10명, 여성 2명으로 국내체류 상태는 불법 8명, 합법 4명으로 확인됐다.

국적은 베트남인 11명, 귀화 한국인이 1명이었다. 연령은 20대 7명, 30대 5명으로 모두 20~30대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경찰은 단순 불법체류자 22명과 체류자격 위반(불법취업) 종업원 5명 등 모두 27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비밀통로' 3곳을 마련해 두는 등 단속에 철저히 대비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통로는 해당 클럽에서 다른 업장을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기능을 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9월 "베트남인을 상대로 예약제로 운영 중인 클럽이 있는데, 마약을 유통하고 불법체류자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여 왔다.

A 씨는 경찰에 "클럽에서 필로폰이 함유된 탄산음료 1잔을 10만 원 주고 사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케타민 0.7g 외 다른 마약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해 경찰은 클럽 내 유통책을 확인하고, 상선을 추적하기 위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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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헤엄쳐 밀입국, 단체 관광 중 잠적…'무법지대' 된 한국

이달 2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는 동편 부두 34번석에 계류 중이던 중국 국적 원양어선에서 베트남인 선원 B 씨가 무단으로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항보안공사 직원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보안울타리를 월담하는 B 씨를 목격해 신고했다.

B 씨는 바다에 뛰어내린 뒤 보안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초소쪽으로 이동, 3부두에서 보안 울타리를 넘은 뒤 기다리고 있던 승합차를 타고 도주했다.

그는 이튿날 오전 전남 고흥군에서 붙잡혔다. B 씨는 "K-팝이 좋아 한국에 있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감천항에서는 지난 7월에도 7부두 선석에 접안 중이던 러시아 국적 선박 선원이 동료 여권과 상륙허가서를 도용해 보안안내센터 정문을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달 14일 제주에서도 베트남 냐짱에서 비엣젯항공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베트남 관광객 80여 명 중 38명이 귀국일이었던 같은 달 17일 돌연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들은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이용해 최장 30일간 제주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B-2-2)으로 입국했다.

따라서 입국 30일째인 오는 14일부터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불법 체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재를 파악 중"이라며 "14일이 되면 전담반을 편성해 본격적인 검거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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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늘면서 범죄도 증가…전문가 "규제 필요, 혐오는 경계해야"

이처럼 과거부터 최근 들어서까지 전국 각지에서 베트남인을 비롯한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이제는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마약과 도박 등 민생범죄까지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 외국인 범죄 피의자는 총 9만 3456명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2만 9450건 △2022년 3만 954건 △2023년 3만 3052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그렇다면 외국인 범죄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이 늘어나면, 범죄율도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체류 외국인은 연도별로 △2021년 195만 6781명 △2022년 224만 5912명 △2023년 250만 7584명이다.

불법체류자도 △2021년 38만 8700명 △2022년 41만 1270명 △2023년 42만 3675명으로, 비슷한 구도를 띤다.

이를 고려하면 외국인 범죄에 대한 보다 강력한 단속과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우리나라 형사 소송 절차와 교정 수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배 연구위원은 "외국인 피의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통역이나 변호인 등 적법 절차는 보장해 주면서 교정시설 역시 외국인들을 별도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그러면 결국 다 추방하는 걸로 귀결되고, 외국인 피의자들은 그 조치로 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며 "그 나라에서는 처벌을 안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외국인 범죄 규제 시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외국인 혐오나 차별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 연구위원은 "요즘 다문화가정과 그 2세들도 많은데,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선량하게 사는 외국인한테는 불필요한 규제로 다가갈 수 있다"며 "이런 과도기에선 외국인 혐오로 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형사법 규제는 최후 수단성인 만큼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조치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저출산 시대, 외국인을 많이 받는 게 국가적 산업 모멘텀인 만큼 외국인에 대한 우려가 쌓일 수록 좋지 않은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