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탄 상처' 아직 그대로…매출 수천만 원 날린 상인들 '망연자실'
사고 당일 오전 7시쯤 천장에 '두두둑' 소리 '붕괴 전조' 증상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피해' 현장
- 김기현 기자
(안양·의왕=뉴스1) 김기현 기자 = "폭설로 벌써 상인 수십 명이 각각 수천만 원을 손해 본 상황입니다. 과일처럼 제 속도 썩어 문드러져요."
2일 오후 1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은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된 천장은 움푹 주저앉아 있었고, 이를 받치고 있던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상태였다.
특히 주변에는 추락한 구조물에 깔린 1톤 탑차가 절반쯤 틀린 채 위태롭게 서 있거나 철근 등 잔해가 널브러져 있어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모두 지난달 28일 폭설이 남긴 상처들이다. 당일 낮 12시 5분쯤 이곳 천장은 습설(젖은 눈) 무게를 이기지 못 해 붕괴됐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진입통제선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상인들은 한순간에 황폐화한 삶의 터전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속을 태우고 있었다.
상인 우 모 씨(60대)는 "청과동에는 야채와 과일을 합쳐 약 80개 점포가 있다"며 "과일을 기준으로 재고를 고려하면 점포당 1000~5000만 원씩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일이 썩기 전에 가지고 나오려 해도 들어가지도 못 하게 해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붕괴 전조 증상'으로 미리 현장이 통제돼 피해가 더 크다"고 했다.
우 씨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7시쯤 청과동 천장에서는 구조물이 떨어지고, '두두둑' 소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붕괴 전조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시장 측은 오전 7시 30분쯤 안내 방송을 통해 상인들을 모두 대피시킨 후 약 20분 후인 오전 7시 50분쯤 청과동 출입을 완전히 통제했다고 한다.
현재도 청과동 모든 출입구는 나무 합판을 덧대는 방식으로 모두 막혀 있었다. 추가 안전 사고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다른 상인 안 모 씨(60대)는 "청과동에는 2개 법인이 있다"며 "그 중 1개 법인은 지하에서 경매를 재개한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다만 나머지 1개 법인은 지하 역시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중"이라며 "따라서 안양시에 지상주차장을 임시경매장으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양시는 이날 새벽 시장 지하주차장에서 과일과 일부 채소에 대해 경매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참여 인원은 청과동 상인(중도매인) 67명 가운데 53명이다.
안 씨는 "중요한 건 앞으로 장사를 다시 할 수 있는 기간이 하루가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그 피해는 어마어마한데, 책임은 대체 누가 지느냐"고 성토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의왕시 부곡동 도깨비시장 곳곳에도 파란색 플라스틱 자재와 쇠 파이프 등이 널려 있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곳 역시 지난달 28일 새벽 1시 30분쯤 폭설에 아케이드(비 가림 지붕) 약 100m가량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시장 한편에선 트럭이 좁은 시장 골목을 수시로 오가며 어케이드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상인들의 생계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듯 했다. 일부 점포는 사고 수습이 완료되기도 전 이미 영업을 재개한 상황이었다.
덩달아 손님 발길도 다수 이어지면서 시장이 점점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게 대부분 상인의 전언이다.
부대찌개 집을 운영 중인 이 모 씨(70대)는 "새벽에 사고가 나 인명 피해가 없었던 건 다행"이라면서도 "모든 상인이 빨리 피해를 회복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원래 오는 쉬는 날인데, 3일 장사를 못 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나왔다"며 "아직 문을 안 연 곳도 있지만, 내일이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왕시는 가용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하루 빨리 사고 현장을 수습한 후 안전 진단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오는 3일 시장을 완전 복구하겠다는 방침이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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