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필리핀서 아버지 살해한 아들…징역 10년

(의정부=뉴스1) 김기현 기자 = 2017년 필리핀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들이 7년 만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최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10월 필리핀 자택에서 아버지 B 씨를 프라이팬으로 가격하고, 빨랫줄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중학교 중퇴 후 부모, 여동생과 필리핀 현지에서 함께 살아 왔다. 성인이 된 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B 씨는 필리핀 자택에서 개점 준비 중인 식당 인테리어 공사 지연 문제로 화가 난다는 이유로 A 씨에게 욕을 하며 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일에도 B 씨는 딸에게 비슷한 문제로 욕설하다 때린 데 이어 아내에게도 "자식을 그렇게 키웠으니 죽어라"며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위협했다.

이에 A 씨는 B 씨로부터 흉기를 빼앗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다 팔이 베이자 화를 참지 못 하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후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으나 필리핀 사법 당국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해 석방됐다. 이를 인지한 한국 수사기관은 해당 사건을 내사해 2018년 A 씨를 기소했다.

다만 재판은 A 씨 소재지 문제를 비롯해 국민참여 재판 신청과 취소 등 절차가 반복되며 지연되다 올해 9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A 씨 측은 이 사건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으나 필리핀에서 부검했을 당시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나온 점을 근거로 피의자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왔다.

재판부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국내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의학자들은 필리핀 부검의가 작성한 부검 보고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공통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살인에 대한 강한 고의가 있고,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행위 자체는 시인하고 있고, 피해자가 흉기로 위협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