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지하철 모두 안 와요"…출근길 시민 발 묶은 '대설'
제설작업으로 수인분당선 등 운행 지연
일부는 회사 연락해 "재택 근무 할래요"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1시간 넘게 기다려도 버스, 지하철 모두 안 와요. 지각 중에도 대지각입니다."
수도권 지역에 이틀째 폭설이 이어진 28일 오전 7시 30분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의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정모 씨(28)가 초조해하며 내놓은 하소연이다.
수원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정 씨는 "혹시 눈 때문에 교통이 마비될까 봐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나왔다"며 "그런데 1시간째 버스를 아예 타지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정보시스템(BIS)상으로도 대부분 버스가 '차고지 대기' 중이거나 도착 예정 시간이 최대 40~50분까지 늦춰져 있는 상황이었다.
BIS에선 중간중간 "기상악화로 버스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 문구가 송출되기도 했다.
정 씨는 "BIS 도착 예정 시간을 보고 있으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BIS 정보를 믿고 기다렸다가 완전히 지각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이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없는 위치여서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며 "우선 회사에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수인분당선 망포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십리 방면 승강장엔 승객 수백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휴대전화와 지하철 운행 안내 전광판을 번갈아 보기를 반복하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수십 분이 흘러도 지하철이 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승객들은 애꿎은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일부 승객은 전광판에 "수도권 대설로 전동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나올 때마다 짜증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두고 코레일 관계자는 "제설 작업 등으로 수인분당선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다 지친 몇몇 승객은 공유자전거나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서둘러 역사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한다는 박모 씨(29)는 "오늘 회사에 말하고, 재택 근무할 예정"이라며 "이런 상황이면 퇴근 때도 문제"라고 전했다.
코레일은 이날 폭설로 출근 시간대 시민 불편이 커질 것을 우려해 13회 추가 운행을 하기로 했다. 1호선 6회, 수인분당선 3회, 경의중앙선 2회, 경춘선 1회, 경강선 1회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경기도내 주요 시·군 적설량은 용인 41.3㎝, 군포 39.8㎝, 수원 39.3㎝, 의왕 38.1㎝, 안양 36㎝, 광주(경기) 34.3㎝, 평택 34.2㎝ 등이다.
현재 대설경보가 내려진 시·군은 구리, 이천, 여주, 오산, 화성, 성남, 평택, 하남, 안성, 과천, 시흥, 안양, 광명, 부천, 안산, 군포, 의왕, 수원, 용인, 광주, 양평 등이다.
이 밖에 김포, 가평, 고양, 의정부, 남양주 등 5개 시·군엔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대설경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20㎝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내려진다. 대설주의보는 5㎝ 이상 예상될 때 발효된다.
기상청은 이날 경기 남부 지역엔 5~10㎝, 북부지역엔 1~5㎝가량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부는 오후까지, 남부는 늦은 밤까지 눈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며 결빙 구간을 최대한 우회하는 것이 좋겠다"며 "시설물 관리에도 유의해야겠다"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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