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안된다"했던 임태희…그가 말하는 ‘사회 변화’ 교육은?

[뉴스1 인터뷰] "합리적 보수?"…'남남갈등' 반대로 풀어야
“다양한 스펙트럼이 반영돼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홍기삼 배수아 기자 = "제가 교육감이 됐을 때 보수 사람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해라, 역사교육 다시 써라 이렇게 얘기했죠. 하지만 더이상 '극단과 극단'을 계속 오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에서 만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67)은 진보 측으로부터 비교적 '합리적 보수'라고 칭찬 받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임 교육감은 학생들의 '주입식 교육·세뇌교육'을 경계했다. 양극단의 견해를 거침없이 토론하고 학생 스스로 판단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육감의 이러한 교육 철학은 제도적 약속으로도 이어졌다. 진영 논리를 넘어 힘을 모아보자는데 '경기도교육청-서울시교육청-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뜻을 같이 했다.

이들 세 기관은 지난 6월, '미래세대 열린 시민교육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래지향적 숙의형 토론교육', '미래지향적 민주주의 교육원칙 수립' 등이 협약의 골자다.

임 교육감은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차이를 보이는 건 '한일관계'와 '대북관계'"라며 "이 영역에서는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관계를 민주당이 주도해서 풀면 남남갈등을 피할 수 없고, 한일관계를 국민의힘이 주도해서 풀면 국민의 시각차를 좁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북관계를 '보수'가, 한일관계를 '진보'가 열어야 한다는 시각이 신선했다. 이를 두고 임 교육감은 "'일종의 갈등 구조 변화'라면서, 우리나라 교육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견해',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기도교육감에 앞서 16년간 정치인 임태희를 힘들게 한 대목이기도 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와 이를 어떻게 극복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임 교육감은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따지고 보면 좋다는 자리는 다 했던 사람인데 그래도 힘들었던 건, 정치에서 편가르기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 킹메이커를 하는 게 좋다'고 하면서 대선 경선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퇴임 이후 계속 여기저기서 '컷오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비서실장을 했던 사람은 반드시 어디에선가 정치를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됐고 여러 조사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임 교육감은 실제로 검찰 수사 등을 받았다.

이어 그는 "의견을 얘기한 것뿐인데, 우리나라 사회가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관용이 허용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임 교육감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반영돼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한다"며 "교육도 이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교육 때문에 경기도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경기도교육이 여러 가지 선도적인 좋은 사례를 많이 실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건.

▶교육은 개인에게 앞으로 살아갈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책임이 있다. 미래 환경 대비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학교에서 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경기교육은 첫째로,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인성교육, 인성이 안 되어서는 본인만 행복하고 다른 사람이 행복하지 않거나, 본인도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두번째는 '기초 학력'이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서 AI 디지털 교육을 통해 공동 학습은 물론 개인의 능력도 향상하게 한다. 셋째는 암기력이나 지식을 단순히 축적하는 틀에서 벗어나서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연대하는 일종의 소양을 길러주는 것. 경기도교육의 방침은 그런 방향으로 향해 있다.

-경기도교육감 임기가 2년5개월이 지났지만 국민들에겐 아직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

▶2000년부터 시작해서 2016년까지 선거에 나왔으니 그건 당연한 거다. 교육이 정치하고 완전히 관계가 없는 영역이냐, 라고 하면 조금 시각이 다르다. 사회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중 하나는 '정치', 하나는 '교육'이다. 정치는 위로부터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라면, 교육은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불러온다.

역사적으로 성군은 천 년에 한번 나오지만, 교육은 개인의 변화도 그렇고, 개인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로 이어진다. 1980년 중반 이후에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었나를 보면, 정치보다 교육에 따른 변화가 더 크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육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교육재정에 대한 얘기가 요즘 많이 나온다. 과거처럼 획일적 교육으로 비슷한 사람을 대량 양성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어디로든 발전할 수 있게 교육의 확장을 하려면 교육재정은 줄이면 안 된다. 교육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다리 하나 놓고, 길 놓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투자다. 더 교육을 통해 새롭고 잘할 수 있도록 해야지, 재정을 줄이면 교육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학생수에 맞춰서 교육재정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미래 발전에서 보면 옳지 않은 정책이라고 본다.

-같은 맥락으로, 학교급식경비 분담항목 중 인건비를 경기도교육청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한건가.

▶인건비 전액 부담은 경기도 학생의 먹거리를 계산 없이 책임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 도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상호 합의된 분담 비율로 학교급식경비를 분담해 지원했다. 그런데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부담 경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도교육청은 이를 적극 수용해 학교급식경비(식품비, 운영비, 인건비) 중 인건비 항목을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분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2026년도부터 매년 113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재정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예정이다. 도교육청도 재정 부담이 있지만 무엇보다 모든 경기도 학생들이 급식비 걱정 없이 건강한 학교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

-올해 12월 유네스코와 경기교육 미래 국제포럼을 개최하는데.

▶유네스코의 국제포럼이 세계 최초로 경기도에서 열린다. '미래를 위한 교육의 새로운 사회계약'이 주제다. 이 포럼에서 경기교육의 성장과 변화, 현장의 모습을 국내외 교육전문가에게 소개한다. 유네스코의 교육 담론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경기교육을 세계에 소개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먼저 있어서 경기도에서 개최하게 됐다. 세계 교육환경에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는 경기교육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하이러닝'을 통한 학생의 자발적 교육,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시민교육을 강조하고, '경기공유학교'로 지역사회가 가진 역량이 교육으로 연결되고 실질적 효과로 나타나는 점을 안내한다.

-해외 참가자들이 경기도 학교와 교육기관도 방문한다고.

▶현장 방문 10곳 중 2곳을 소개하자면, 먼저 이천 한국도예고등학교는 인성과 실력이 조화로운 창의적 도예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목표를 토대로 학생들이 도예가가 되기 위한 꿈을 키우는 학교다. 국내 유일 도자분야 특성화 고등학교로, 국내 도자교육 기관 중 최적화된 교육 환경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럼 참가자들은 지역과 연계한 재능기부 활동과 마을축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다른 한 곳은 '꿈을 가지고 용기 있게 도전하라'는 교훈 아래 미래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성남외국어고등학교다. 이번 학교 방문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교육적 만남을 통해 함께의 가치를 키우는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학생들의 올 한해 수업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협력과 연대, 그에 가까운 '함께'의 의미를 강조하며 협력과 공감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릴 예정이다.

-과학고 신규 지정에 지자체의 관심이 뜨거운데.

▶지난 8일, 1단계 예비지정 공모 신청서 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2005년 경기북과학고 개교 이후 20년 만에 진행하는 과학고 신규 지정이다. 총 12개 지역이 접수했는데 과학고 신설을 희망한 곳은 고양, 광명, 구리, 김포, 시흥, 이천, 용인, 평택, 화성 9개 지역이고, 일반고에서 전환을 희망한 곳은 성남, 안산, 부천 3개 지역이다.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경우 2027년 3월 개교, 신설하는 과학고는 2030년 개교 예정이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지역 특화형 경기형 과학고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이 가진 시설과 인력,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의 자원을 활용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또 과학 여러 분야를 골고루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한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된 과학고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이공계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더 깊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공계 인재를 키우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프로필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영산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 △청와대 경제비서실 금융담당 행정관 △제16, 17, 18대 국회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 비서실장 △한국정책재단 이사장 △제7대 국립 한경대학교 총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제18대 경기도교육감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