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도끼 든 소방관, 모텔 창문 모두 깨뜨려 49명 살렸다(종합2보)

선착대와 지휘부 소통, 베테랑 구조대 대응력 주효
52명 대피, 큰부상자 없어…2시간 10여분 만에 완진

17일 오전 3시 38분께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6층짜리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모텔 투숙객 등 52명이 대피했으며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안산=뉴스1) 이상휼 기자 = 17일 새벽 6층짜리 상가건물에 불이 나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었지만 경비원의 빠른 신고, 현장 소방관들의 신속한 판단과 위기대응이 참사를 막았다.

이날 오전 3시 38분께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6층짜리 상가건물 1층 음식점에서 불이 났다. 경비원으로부터 "1층 음식점에서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선착대는 5~6층에 모텔이 있는 점 등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 본부 상황실과 소통하면서 '대응2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지휘부는 신속히 대응2단계 발령을 결정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3시 57분께 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총 233명과 장비 82대를 동원했다. 대응2단계는 관할 소방서와 인접 소방서를 포함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연기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 복도에 가득 찼고 꼭대기까지 확산됐다.

주말이라 모텔에는 평소보다 많은 투숙객들이 있었고 투숙객들은 저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려 달라"고 외치면서 구조요청을 하는 상황이었다. 일부 투숙객들은 수건을 물에 적셔 입을 틀어막거나 머리에 쓰고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다.

3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구조대원인 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 소방경은 대원들에게 건물 복도의 창을 모두 깨면서 진입하라고 지시했다. 도끼로 창문을 깨자 연기와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갔고 진입이 수월해졌다.

5~6층의 모텔 복도로 진입한 구조대원들은 객실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마스크를 씌워 구조해냈다. 대원들은 10여 회 이상 건물을 오르내리며 수색해 총 49명을 구조했다. 나머지 3명은 자력대피했다.

긴박한 순간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구조된 이들도 2명이다. 지난 부천 화재 참사 이후 에어매트 구조 훈련을 꾸준히 이어왔고 이번 화재 때 효과를 발휘했다.

소방구급대는 모텔 각 객실을 비롯해 상가건물 전체를 수색하면서 총 49명을 구조했고 3명이 자력대피했다. 2명이 중상자로 분류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단순연기 흡입자들 외에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된 이들은 "모텔 투숙객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려달라고 외쳤고 소방관들이 방문을 두드리면서 화재대피용 마스크를 지급해 구조됐다"고 전했다.

불이 난 지 1시간 9분 만인 오전 4시 48분께 초진에 성공했으며 이어 오전 5시 52분께 완전히 불을 껐다. 이후 오전 6시 1분께 비상 해제하면서 상황을 마무리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5~6층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할 만큼의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소방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과 함께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