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취하기 전엔 운전해도 된다?"…음주운전과 음주측정 사이 시차가 있다면
[변진환 변호사의 뉴스로 보는 法]
(경기=뉴스1) 변진환 법무법인 대청 변호사 =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40대 운전자가 1심에서 벌금 200만 원 형의 처벌을 받았는데, 2심에서 돌연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시점이 술을 마신 후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즉 술에 본격적으로 취하는 시점이었으며, 운전은 해당 시점에 했다고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전지법 형사4부(재판장 구창모)는 지난 12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40대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3월 9일 오전 1시 33분께 충남 아산 한 도로에서 660m 구간을 음주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자신의 집에서 맥주 1캔을 마신 뒤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운전해 갔다가 그대로 차에서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약 50분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는데, 음주운전 처벌기준인 0.03%를 넘는 0.047%였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법정진술, 수사보고 등을 토대로 음주운전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 씨는 "측정 시점이 아닌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보다 높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음주 후 30~90분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증가하는 시기인데, 운전을 종료한 시점과 측정한 시점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운전시점과 측정시점의 시간적 간격이 52분"이라며 "두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같다고 볼 수 없고 운전 당시 0.03%를 넘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는 도로의 특정 부분을 막아놓고 그곳을 지나는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음주운전 일제단속 과정보다, 음주운전 장면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나 음주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여 음주운전자를 적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 도착해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음주측정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음주운전 후 의식을 잃거나 도주하는 등의 이유로 음주운전 시점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음주측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음주운전에 대하여 우리 도로교통법(제44조)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고,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운전자 개인의 운전능력과 관계없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초과하면 무조건 처벌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음주운전죄의 성립과 처벌에 있어서 음주운전 당시의 알코올농도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위 사례와 같이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자가 마신 술의 양, 음주시각, 운전자의 성별, 체중 등을 고려하여 수학적 계산식에 의하여 운전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 후 약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른 다음의 상태(하강기)에 적용될 것을 전제로 하므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는 적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대법원도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 시점인지 하강 시점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운전을 종료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 한 시점에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약간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초과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관련 기사와 같이 음주측정 시점이 아닌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보다 높았다고 보기 힘든 경우 무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적으로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라 보이는 경우라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음주 후 90분 이내로 운전하면 괜찮다'고 잘못 생각하거나 특정 기사를 보고 음주운전이 무죄로 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우에도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음주를 지속한 시간 및 음주량, 단속 및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등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음주운전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음주운전을 큰 범죄로 취급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 개정을 거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고,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법정구속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음주운전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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