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96억원 비자금 조성' 한컴 회장 차남 항소심도 징역 9년 구형
검찰 "배임 범행의 중대성과 실질적 회복이 어려운점 고려"
한컴 회장 차남 "갓 태어난 아이 안아보지 못해 안타깝다" 반성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 계열사가 투자한 가상자산으로 9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김상철 한컴 그룹 회장 차남과 한컴 계열사 대표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9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3일 수원고법 제3-1형사부(고법판사 원익선·김동규·김종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35)와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 씨(48)에 대한 변론을 종결했다.
김 씨와 정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이날 검찰은 "배임 범행의 중대성과 실질적인 회복이 어려운 점,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을 고려해달라"며 김 씨와 정 씨에게 각각 징역 9년과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씨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안일한 생각으로 큰 잘못을 저질러 피고인들은 뻐저리게 뉘우치고 있다"면서 "근면성실한 성품과 부지런히 벌어온 삶을 보면 재범 위험성이 없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최후진술에서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제 자신을 매순간 되돌아보고 있다"며 "이제 갓 태어난 자녀를 한 번도 안아주지 못하고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면 그저 안타깝다"고 반성하며 눈물을 훔쳤다.
정 씨 또한 최후진술에서 "어리석은 선택으로 회사와 사회에 피해를 입힌 점 깊이 반성한다"면서 "평생 속죄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량한 투자자들이 상장된 아로와나토큰을 매수한 자금이 피고인들의 비자금 조성과 개인적 사용에 사용됐다"며 "시세마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등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그룹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암호화폐다.
2021년 4월20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첫 상장된 지 30여분 만에 최초 거래가인 50원에서 1075배인 5만 3800원까지 치솟으면서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아로와나토큰 발행 개수는 5억개였다.
아로와나토큰 인출 권한을 가지고 있던 김 씨는 2021년 12월~2022년 10월 A씨와 공모해 토큰 1800만개를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 및 가상자산 관리·매각업자를 통해 운용·매도해 96억원 상당 수익을 냈다.
김 씨는 해당 수익금을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바꿔 자신의 전자지갑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씨는 한컴그룹 계열사 이사로, 정 씨는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 한컴그룹 자금으로 인수된 아로와나테크의 대표로 재직 중이었다.
앞서 1심은 김 씨에게 징역 3년, 정 씨에게는 징역 2년6월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한컴 그룹의 총수 아들과 자회사 대표가 일반인들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이를 유용한 사건"이라면서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고 사회적 해악이 너무 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김상철 한컴 회장은 아로와나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 전반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씨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은 다음달 11일 오후 2시 열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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