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깜짝 이사' 조두순, 옆집도 몰랐다…도보 1분 어린이집 '비상'
'조두순 깜짝 이사'에 벌벌 떠는 시민들
조두순 '두문불출'…유관기관 '주민 불안 해소' 총력 대응
- 김기현 기자, 유재규 기자
(안산=뉴스1) 김기현 유재규 기자 = "조두순이 제 옆집에 산다고요? 감쪽같이 몰랐어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습니다."
5일 오후 1시쯤 경기 안산시 와동 A 다가구주택 앞에서 만난 주민 황 모 씨(81·여)가 어두운 표정으로 털어놓은 푸념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인 A 다가구주택은 약 1주일 전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이사한 곳으로, 어린아이들이 적잖게 거주하고 있다.
조두순은 최근까지 지난 2020년 12월 출소 후 이곳에서 2㎞ 떨어진 다른 다가구주택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월세 계약이 만료되면서 이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씨는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경찰차가 자꾸 집 앞에 서 있길래 무슨 일이 났나 했다"며 "조두순 때문이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흉악범이랑 한 건물에 같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두렵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재 황 씨는 조두순 주거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 포근한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공포의 구렁텅이로 뒤바뀐 셈이다.
무엇보다 황 씨는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한 손주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들, 며느리, 손주와 함께 지내고 있는 상태다.
황 씨는 "이곳에 10년 이상 평화롭게 살아 왔는데, 갑자기 모든 게 불안정해졌다"며 "조심하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A 다가구주택 일대는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A 다가구주택 인근에 또 다른 다가구주택 수십 채가 자리 잡고 있는 점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10분, 20분. 시간이 흘러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한때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무언가에 쫓기듯 쏜살같이 자리를 벗어났다.
A 다가구주택 인근에 사는 차 모 씨(80)는 "30년 넘게 여기에 살았는데, 지금껏 이 정도로 공포스러웠던 적은 없었다"며 "다른 주민도 불안해하긴 매한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어린이집 등 아이들이 많은 시설도 다수 있다"며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차 씨 말대로 A 다가구주택에서 도보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는 B 어린이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0~4세 유아를 주로 맡고 있는 B 어린이집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B 어린이집 원장은 "사실 요즘 공원 같은 곳을 가 놀이도 해야 하는데,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매일 골목에 경찰차가 있어 위압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조두순은 현재까지 두문불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A 다가구주택 인근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두순이 집 밖으로 나온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주민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다각적인 치안 강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A 다가구주택 앞에 경찰관 2명을 상시 배치하고, 기동순찰대 1개 팀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벌이도록 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법무부는 전담요원 상시 관리체계를 가동 중이다. 안산시는 폐쇄회로(CC)TV와 시민안전지킴이 초소(컨테이너 2개 동)를 설치했다.
특히 안산시는 지난 4일 A 다가구주택 맞은편 C 다가구주택을 월세로 임대차 계약했다. 감시 및 방범활동 강화, 현장 근로자 근무환경 처우 개선 등이 사유다.
안산시는 C 다가구주택을 활용해 A 다가구주택을 수시로 확인·감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현장 근로자 생리 현상 해결 등 근무 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안산시는 법무부와 안산단원경찰서 간 긴밀한 업무 공조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핫라인을 구축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시는 시민 불안 해소 및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가용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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