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발발이' 박병화 집 10분 거리, '연쇄 성범죄자' 출소했다
제시카법 입법예고 1년, 국회 문턱 못 넘고 결국 폐기
잇따른 고위험 연쇄성범죄자 출소…제도 장치 시급
- 배수아 기자
(경기=뉴스1) 배수아 기자 =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입법 예고됐다. '제시카법'은 재범 위험이 높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출소 후 지정된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법이다.
당시 이 제정안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야심 차게 공개해 주목받았으나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올해 1월 국무회의를 겨우 넘겼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지난 5월,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조두순, 2022년 10월 박병화 등 악명높은 성범죄자가 연달아 출소하자 거주 지역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제시카법'은 다시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특히 징역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해 경기 안산에 자리 잡은 조두순은 지난해 12월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집을 나섰다가 또다시 재판에 넘겨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병화가 출소한 비슷한 시기, 미성년자 총 13명을 성폭행한 김근식도 의정부의 한 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정부시도 발칵 뒤집어졌다. 김근식의 재구속으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제시카법' 폐기로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할 방법은 없게 됐다.
'수원 발발이'로 불렸던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집과 도보 10분 거리에 거주하는 조 모씨(63). 조 씨는 2009년 9월 1심에서 징역 18년, 2009년 11월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올해 6월 만기 출소했다.
조 씨는 2009년 5월 1일 오전 2시 30분, 서울 서대문구의 1층 집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당시 15살 A 양이 있는 방에 들어가 흉기를 들이대고 돈을 요구했다. A 양에게 돈을 빼앗지 못한 조 씨는 A 양을 강제추행하고 달아났다.
앞서 조 씨는 2008년 10월 2일 오전 5시 30분에도 서울 성북구의 한 집에 침입해 자고 있던 당시 21살 B 여성에게 흉기를 들이대 현금 30만 원을 갈취하고 강제 추행했다. 이외에도 조 씨는 총 6차례에 걸쳐 흉기를 소지한 채 피해자의 재물을 강탈한 다음 강제로 추행하거나 미수에 그쳤다.
조 씨는 또 13회 강도, 준특수강도, 준특수강도 미수, 34회 절도죄를 저질렀다.
또 다른 고위험 성범죄자인 김 모씨(51)는 성범죄자알림e에 등재됐지만 현재 '주거 불명'으로 나온다. 감시 체계를 벗어난 것이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12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나 2010년 4월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지난 4월 출소했다.
김 씨는 2009년 1월 25일 오전 4시 40분쯤 경기 포천의 한 식당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C 씨(당시 49·여)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있는 돈을 다 내놓으라"고 했다.
C 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김 씨는 그녀의 머리를 2회 걷어차고 식당 카운터에 있는 금고를 뒤졌다. 금품을 강취하지 못 하자 김 씨는 C 씨의 옷을 강제로 벗긴 후 강간했다.
이어 같은 해 3월 새벽, 경기 화성의 한 식당에 침입해 식당 주방의 흉기를 들고 그곳에서 잠을 자던 여성 두 명에게 "돈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 옷을 벗어라"라고 한 후 강간했다.
같은 해 4월에도 경기 파주의 한 식당에 침입해 그곳에서 자고 있던 40대 여성을 깨워 흉기로 위협하고 미리 갖고 있던 노끈으로 양 팔목을 묶어 항거불능 상태에서 피해자가 갖고 있던 금목걸이, 순금반지, 금귀걸이, 금팔찌 등 합계 127만 원 상당을 빼앗고 강간했다.
이외에도 김 씨는 준강도미수,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김 씨가 구치소에 복역하기 전 마지막 거주지는 경기 화성시다.
미성년자 연쇄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김근식 또한 3년 후인 2027년 10월 출소한다.
전문가들은 매년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사회로 복귀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은 부족하고, 제시카법은 입법 예고 1년만에 폐기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제도를 시행되면서 보호관찰관들의 업무부담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현행법상 이들의 출소를 막을 수 없어 다시 재범을 저지르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재범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기 위해 교정기관에서의 '고위험 성범죄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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