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단체, 대북전단 시도에 민통선 주민들, 트랙터 끌고 맞대응(종합2보)
"드론 통해 북에 직접 날려 보낼 수 있어…모든 준비 끝내"
접경지 주민 "우리도 살자"…정치권 '대북전단 살포 규탄'
- 양희문 기자, 박대준 기자, 최대호 기자, 이시명 기자
(파주=뉴스1) 양희문 박대준 최대호 이시명 기자 = 납북자 가족단체가 31일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으나 경기도와 주민들,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무산됐다.
이들은 북한에 먼저 납북자 피해 해결을 요구하라며 조만간 대북전단 공개 살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관계 기관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계속해서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내 6·25전쟁 납북자기념관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이날 풍선을 이용해 대북전단 10만장과 1달러 지폐를 북한으로 살포할 계획이었다. 연합회가 제작한 전단(납북자 소식지)엔 납북 피해자 6명의 사진과 설명이 실렸다.
하지만 도가 긴급대응에 나서며 대북전단 살포는 끝내 무산됐다. 현장엔 도 특별사법경찰관은 물론 파주시 관계자, 경기북부경찰청 기동대 8개 부대, 소방 등 모두 800여 명의 인원이 배치됐다. 오후석 행정2부지사도 현장에 급파됐다.
연합회는 "북한한테는 가만히 있고,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 우리를 방해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날 집회는 그동안 납북자 피해가족이 정부로부터 보상받지 못한 책임과 보호를 묻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회가 드론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성룡 연합회 대표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드론을 북한에 직접 날려 보낼 수 있다. 모든 준비는 다 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용 드론은 전파 방해 때문에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순 없지만, 직접 만든 기계를 이용하면 북한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앞서 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기계를 통한 대북전단 부양'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드론을 샀고, 이틀 정도 연습했다. 요새 드론이 좋아서 사진도 찍히고 그러더라"며 "우리가 어떤 것으로 날릴지는 북한 방송을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회는 오는 1일 파주경찰서에 다시 집회신고를 하고, 11월 중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처럼 대북전단 부양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일부 관계자와 언론에만 살포 위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대남방송 소음 피해를 겪는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들도 트랙터 20여 대를 끌고 통일대교를 건넜다. 이들은 트랙터로 임진각 진입로를 막고, "안 그래도 힘든데, 대북풍선은 웬 말이냐!" "민통선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성동 마을주민 A 씨는 "대남방송 때문에 못 살겠다"며 "우리 생존권도 보장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도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집회 현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소속의 한 젊은 남성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 글귀가 적힌 홍보물을 들고 집회 현장에 난입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도·파주시 관계자, 국회의원들도 대북전단 살포 현장을 찾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입장문을 내고 "파주시 전 지역은 재난안전법에 따른 위험구역이다.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는 파주 출입이 금지돼 있다"며 "법이 위임한 권한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즉각 중지를 명령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더불어민주당 대북전단 TF 소속인 윤후덕(파주갑), 박정(파주을), 김주영(김포갑), 이재강(의정부을) 의원도 함께했다.
경기도도 대북전단 살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도는 이날 특사경을 포함 800여 명의 인원을 현장에 배치했고, 집회 구역 이외의 대북전단 살포 가능지역에 대한 순찰과 경계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도 1일부터 관내 전 지역에 대한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 통제 및 행위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군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1조에 근거해 군 전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대북 전단 등 관련 물품 준비, 운반, 살포 및 사용을 금지한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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