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운반차량 불법 온도기록계 유통·설치한 일당 무더기 검거

(성남=뉴스1) 김기현 기자 = 냉장·냉동 식재료 유통 과정에서 조작 가능한 운송 차량 온도기록계를 판매하고 이를 실제로 사용해 온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온도기록계 제조·설치업체 대표 A 씨(56) 등 56명과 냉장·냉동 식재료 운송 기사 B 씨(59) 등 3명을 검거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냉장·냉동 식재료 운송 차량용 온도기록계에 조작 기능을 설치한 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또 B 씨 등은 이 같은 불법 온도기록계를 설치해 사용하면서 조작한 '온도 기록지'를 냉장·냉동 식재료 수급처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론 -4℃였던 냉동고의 온도가 -20℃로 유지됐다고 '눈속임'하는 식이다.

온도 기록지엔 통상 운송 중 온도가 수시로 기록된다. 냉장·냉동 식재료 수급처는 운송 기사로부터 해당 온도 기록지를 받아 식중독 역학조사 자료 등으로 활용한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36조는 온도기록계의 온도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시중에 조작이 가능한 온도기록계가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그간 온도기록계 제조업체 2곳을 특정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왔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A 씨 등이 유통한 불법 온도기록계는 총 4900여 대, 금액으론 9억 원 상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냉장·냉동 식재료 운송 기사가 선호하는 조작 가능한 제품을 제조·유통·설치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B 씨 등은 유류비와 냉각기 유지·보수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온도기록계를 설치해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등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을 기소 전 몰수·보전해 환수할 예정"이라며 "식약처는 불법 온도기록계를 사용하는 운송 기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일제 단속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은 식품 유통망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식약처는 고의·악의적인 불법행위에 적극 대응해 국민 먹거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