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혜경 '벌금 300만원' 구형…이재명 '당선무효형' 논외

검찰 "李 대통령 당선 위해 유력 정치인들 돈으로 매수하려 해"
변호인 "피고인, 결제 사실 전혀 알지 못 해"…내달 14일 선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검찰이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 인사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에게 재차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직자 배우자가 벌금 300만 원 이상 형을 선고받고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해당 선거'에 한해 적용토록 돼 있어 이 대표가 국회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하진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 '벌금 300만 원' 재구형…"유력 정치인들 돈으로 매수한 범죄"

24일 수원지법 제13형사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7월 25일 진행된 첫 번째 결심 때와 같은 형량을 구형한 셈이다. 당시 재판부는 8월 13일 선고 공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하루 전인 12일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해 추가 심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이날 최후 의견 진술에서 "본건을 간단히 표현하면 피고인이 배우자 대통령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현직 배우자들과 식사를 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식비 일체를 수족과 같은 사적 비서 '배 모씨'가 결제한 사안"이라며 "상식과 경험칙 등에 따르더라도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피고인 사전 지시나 승인 및 통제 없이 본건 식비를 결제했을리 없다"고 설명했다.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인 배 씨는 김 씨 측근이자 '공모공동정범'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검찰은 또 "본건은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 배우자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것으로, 금액과 상관 없이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10년 이상 자신을 떠받든 배 씨에게 모든 책임 전가하면서 반성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며 자신은 빠져나가려는 행태 역시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구 을) 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투표가 종료된 1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후보의 선거상황실에서 부인 김혜경 씨와 대화하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배우자 벌금 300만 원 이상 형 확정 시 '당선무효'…이재명은 '논외'

현행 공직선거법 제265조(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 배우자가 해당 선거에 있어서 기부행위나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으로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무효로 직을 잃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합헌 4, 위헌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면서 헌재는 "선거법 조항 중 '해당 선거'란 배우자의 범행 시점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입후보하려고 하는 특정선거로서 그 사람의 신분·접촉대상·언행 등 객관적 징표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당 선거 무효의 원인이 되는 배우자 기부행위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확정되는 것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배우자 형 확정 후 실시되는 선거가 제외된다고 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이어 "후보자와 불가분의 선거운명공동체를 형성해 활동하게 마련인 배우자의 실질적 지위와 역할을 근거로 후보자에게 연대책임을 부여한 것이므로 헌법 제13조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가 김 씨에게 그대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다 하더라도 이 대표가 직 상실 위기에 처하진 않을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선거법 265조에 명시된 '해당 선거', 즉 지난 대선 때가 사건 발생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김 씨에게 구형한 300만 원 벌금형이 '당선무효형'이라고 보이진 않는다"며 "선거법상 '해당 선거'는 이 대표가 현재 직을 얻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때가 아닌, 지난 대선 때를 일컫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김혜경 측 "결제 사실 전혀 몰랐다" 전면 무죄 주장

김 씨 측은 전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 씨 변호인인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적어도 피고인은 사건 당일 타인을 대접하거나 식대를 대신 결제해선 안 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던 건 분명하다"며 "피고인은 당시 제보자가 이 자리에 와서 결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녹취록 내용만 보더라도 제보자가 결제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정치인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삶이 일반 주부였다. 선거 때가 돼서 캠프에서 정해 준 일정대로, 프로그램대로, 심지어 발언해야 될 내용조차도 전달받는 방식으로 따랐다"며 "그 과정에서 식비를 어떻게 결제할 것인가에 대해 피고인이 알아서 챙기고, 결정할 사안은 전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선거판을 조금만 이해해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저로 인해 중요한 일을 하셔야 할 분들이 시간을 낭비하게 해드려 너무 송구스럽다"며 "물론 저는 관여하지 않았고, 배 씨에게 시키지도 않았으나 제가 생각해도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부에서 잘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는 정치인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작은 사건도 만들지 않고, 저를 보좌해주는 분들도 잘 관리하며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면서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서울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수행원 등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도 법인카드로 제공(기부행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4일 열릴 예정이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