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 이재명 "재판부 재배당 필요"…檢 "보기 힘든 특혜"

재판부, 재배당 요청 사실상 기각…"특별한 사유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인이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한 데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범죄 혐의에 대한 피고인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일반 공판 기일과 달리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만큼 이 대표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역시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이 대표 변호인은 재판부 재배당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공판절차 진행에 대한 의견서'로 재배당을 요청한 바 있다.

이 대표 변호인은 "현 재판부가 본 사건을 맡는 건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이미 현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한 이 전 부지사 사건 증거와 본 사건 증거를 서로 대조해 봤는데, 증거가 상당 부분 겹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재판부에서 검토한 수사 기록에는 이 대표가 동의하지 않아 증거 능력을 가질 수 없는 증거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재판부가 아무리 공정한 재판 의지를 갖더라도 구조적으로 본 사건에 대한 예단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대표 측 재배당 요청 자체가 통상적인 사건에서는 보기 힘든 '특혜'라고 규정하며 맞섰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기피 사유는 불공평한 재판이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본 사건에서는 그와 같은 기피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주장"이라며 "더군다나 기존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과 심리 대상이 다르고, 재배당 사유로 주장하는 확증편향 부분은 형소법이 정하고 있는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배당 요청이 기각돼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 역시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이 대표 측 변호인 주장은 불공정한 판단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며 "당사자간 쟁점이 동일하거나 동일 피고인이 있을 경우 재배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예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선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것 같다"며 "재판부 입장에선 명확한 실무에 대한 법률 문헌이 없는 상황에서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자칫 또 다른 헌법상 가치를 저해될 위험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 대표 측 재배당 요청을 기각한 셈이다. 재판부는 "결국 저희 재판부에서는 헌법과 형소법이 정한 바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발굴하고, 피고인 인권을 보호하는 형태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각 피고인 측 사건 기록 검토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사건기록은 증거목록 등을 포함해 A4용지 약 4만쪽, 책으로 76권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기소된 시점에서 4개월이 지났다. 현재 단계에선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방대한 기록 때문에 사건 파악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신속하게 사건 기록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 의전비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로 올해 6월 12일 불구속기소 됐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