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속도로 환경미화 담당자의 한숨
"누구에게나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이용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경기=뉴스1) 임재성 한국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 관리처장 =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처음으로 개통된 지 56년이 지났다. 이제는 재정노선과 민자노선을 합쳐 그 길이가 약 5000여 ㎞에 이르고 통행량도 지난 해 기준 일평균 586만 대(연간 21억 3800만 대)에 달한다.
지난 추석을 전후해 고속도로 휴게소, 갓길, 졸음쉼터 등에서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 불량 행위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일부 고객들의 반복되는 양심불량 행위에 대해 너무나 익숙한 일인 듯 무덤덤하게 답변하는 휴게소 환경미화 담당자의 모습을 보며 고속도로 종사자로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여행 중 발생하는 쓰레기에 더해 집에서 가져온 생활쓰레기와 오줌 페트병, 기저귀, 라면, 담배갑 등 연간 8000톤(2.5톤 트럭 3200대분)의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20억 원이 들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익명성에 기대어 기초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을 쓰레기와 함께 쉽게 버리고 가는 듯 하다.
쓰레기 무단 투기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 엄연한 위법행위이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통행료를 받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공기업이다.
고속도로는 365일 24시간 고객들에게 노출돼 있어 고객들의 평가와 의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요구받는다.
이런 이유로 고속도로 서비스를 업(業)으로 하는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업체 입장에서 고객을 고발하는 것이 무척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휴게소에서 자체적으로 CCTV로 감시를 강화해 위법 행위를 고발해 적지 않은 단속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더 이상 기초질서 확립을 개인의 자율성과 윤리의식에만 기댈 수 없는 한계에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마음에서 신고포상금과 과태료 금액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누구나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 14일 이내에 안전신문고 앱으로 쓰레기 투기 현장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찍어 신고하면 최대 2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위반 정도에 따라 과태료 금액도 늘어난다. △담배꽁초나 휴지 등은 5만 원 △일반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면 20만 원 △차량을 이용한 대형폐기물은 50만 원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100만 원이 부과된다.
게다가 다중추돌사고 또는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운전 중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차 밖으로 버리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에서 2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공공편의시설이다.
휴게소 자체적으로 이렇게 CCTV로 단속 고발하는 것보다 양심 불량 고객들이 더욱 긴장해야 할 것은 이제는 감시하고 행동에 옮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민폐 행동을 이제는 참지 않고 사진 또는 영상으로 인터넷에 공유하는 경우도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양심 불량 행위가 촬영되고 다수에게 알려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것을 보면 항상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자신의 행동을 점검해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추석 명절은 지났지만 단체관광객이 단풍 명소나 유명 관광지 등을 탐방하는 가을 행락철이 시작되었다.
올 가을 행락철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더 이상 다른 고객들에게 민폐가 되는 술판이 없어지고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도 줄어들어 환경미화 담당자의 한숨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이용할 권리와 의무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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