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운전자 치고 블랙박스 메모리 훔쳐 달아난 레커 기사 징역 6년

사고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사고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성남=뉴스1) 김기현 기자 = 추돌사고 부상자를 치어 숨지게 하고 증거 인멸까지 시도한 30대 레커(견인차) 기사가 중형에 처해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이필복 판사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를 받는 견인차 기사 A 씨(30대) 선고 공판을 열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추돌사고로 다쳐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견인차로 쳐 역과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를 꺼내 은폐해 과실이 중하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지난 4월 28일 오전 3시 13분쯤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하번천리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상번천 졸음쉼터 부근에서 B 씨(30대)를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앞서 B 씨는 같은 날 오전 2시 51분쯤 아우디 차량을 몰다 앞서가던 C 씨(20대) 액티언을 들이받은 뒤 차량 밖으로 나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나, A 씨 견인차가 현장을 다녀간 후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C 씨와 함께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A 씨 견인차가 도로 위에 앉아 있던 B 씨를 밟고 지나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A 씨 견인차는 B 씨의 아우디를 견인하기 위해 중앙분리대와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B 씨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 씨는 아우디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만 챙기곤 B 씨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사고 당일 현장에 왔던 다른 견인차 기사들을 통해 A 씨 신원을 특정한 후 5월 초 A 씨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해 아우디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 씨 시신 부검을 의뢰, "차량이 밟고 지나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도 확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가 이미 숨진 줄 알고, 2차 사고로 누명을 쓰게 될까 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