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갈등 '수원 군공항 이전'…'지자체 합의'부터 지지부진
수원·화성시, '군공항 갈등' 첨예…'화성습지 훼손' 입장차 극명
손 뗀 경기도, 갈등 부추기는 정치권…'장기간 답보' 우려 심화
- 김기현 기자
(수원·화성=뉴스1) 김기현 기자 =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 중심에 서 있는 수원시와 화성시가 '자연환경 훼손 여부'를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지자체간 갈등 해소'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지만, 각 지역 정치인들은 덩달아 '법안 발의 전쟁'을 벌이는 등 외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소중한 환경 파괴 뻔해"…화성지역 '군공항 이전' 反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2013년 제정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3년 뒤인 2017년 화옹지구를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로 선정했다.
화옹지구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북쪽으로는 궁평항, 남쪽으로는 매향리를 연결하는 화성방조제(길이 9.8km)를 통해 조성한 간척지다. 면적은 여의도 20배인 6200만㎡에 달한다.
그러나 화성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 선제 조건이 '지자체간 협의'인 탓이다.
대표적인 반발 사유 중 하나는 '화성습지 훼손'이다. 화성습지는 '내륙습지'인 화옹지구와 화성호, '연안습지'인 매향리 갯벌을 모두 망라하는 수식어로 통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종 25종과 전 세계 개체 수 1% 이상 물새 19종을 포함해 약 150종, 최소 15만 마리가 연간 서식 한다는 게 화성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수원 군공항이 실제로 화옹지구로 이전될 경우 화성습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고, 현재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화성시는 여전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화성습지 훼손 없이 공항을 건설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화성시 관계자는 "수원 군공항 이전 시 (습지 등) 450만 평이 훼손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수원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수원시가 화성시를 무시한 채 수원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 밖에 소음 등 여러 부정적인 문제도 빚어질 게 분명해 시민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화성시는 '단계별 습지보호지역 지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미 1단계인 매향리 갯벌 14.08㎢는 2021년 7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된 상태다. 남은 건 2단계로, 화성호 9.0㎢를 아우른다.
◇수원시 "인천 등 자연환경과 조화 이루는 공항 多"
반면 수원시는 화옹지구에 '민·군 통합국제공항'이 건설된다고 가정할 경우, 개발이 억제돼 되레 환경을 보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국내 주요 공항을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국제공항(장봉도·송도 갯벌) △서산 군공항(서산 간척지) △무안국제공항(무안 갯벌) △김해국제공항(맥도·을숙도 생태공원) 등이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 공항 주변 습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며 "화옹지구에 공항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매향리 갯벌이나 화성호 등 습지는 환경·생태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경기통합국제공항 건설 시 탄소 배출 제로화 노력과 생태계 보호 등 환경 보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친환경 공항을 계획한다면 자연과 공존하는 미래지향적인 공항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습지보호지역 지정 주체인 해양수산부마저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와 매향리 갯벌이 7㎞가량 떨어져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는 게 수원시 주장이다.
여기에 수원시는 기매립이 완료된 간척지와 일부 사유지를 포함한 부지에 수원 군공항 이전이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습지나 산림 등 추가적인 자연 파괴가 없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수원 군공항 이전에 따른 '지반 침하' '철새 도래지 파괴' 등 각종 우려는 지역 여건을 고려한 적정 계획을 수립해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계속되는 '갈등'…"어느새 경기도는 손 놨다"
이처럼 두 지자체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현재까지 미묘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땐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적도 있었다.
경기도가 '2022년 공론화 사업' 첫 의제로 선정하면서다. 김동연 지사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시절 '수원 군공항 이전 및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도의회가 지난해 6월 용역 추진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흐름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군공항은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도내에서는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 중인 '경기국제공항 건설 비전 및 추진방안 수립 연구용역'에는 군공항이 완전히 배제됐다.
오는 10월 완료 예정인 해당 용역 주요 과업은 △경기국제공항 건설 필요성 및 항공 수요 등 여건 분석 △후보지 선정 및 시설 규모·사업비 검토 △배후지 개발계획 및 교통체계 구상 등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은 민간 공항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가 또다시 답보 상태에 놓인 셈이다.
◇혼란 부추기는 '법안 발의'…無소통 '전쟁' 계속
일각에선 각 지역 정치인 법안 발의가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수원을)·송옥주(화성갑) 국회의원이다.
백 의원은 지난 6월 5일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했다 폐기된 같은 법안을 일부 수정한 내용 등이 담겼다.
옛 법안에는 군공항 이전부지가 '화옹지구'로 명시돼 있었다면 새 법안에는 '군공항이 이전돼 설치될 부지'로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송 의원도 15일 뒤인 6월 20일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다.
현행 특별법상 국방부와 관계 지자체간 합의나 동의 없이 일방·편향적 사업 추진 여지가 큰 만큼 '협의'를 의견일치를 의미하는 '합의'로 명시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시 말해, 당사자 합의 없이 중앙행정기관장이 일방적으로 군공항을 이전하는 결정을 내리지 못 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송 의원은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백 의원 법안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백 의원이 발의한 반민주·반헌법적인 법안 저지를 위해 일방적으로 군공항을 이전하지 못 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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