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들이 너무 싫어하는 성남시…시장 '두 딸' 직언에 시작

'전국서 벤치마킹' 연애성남시 '커플매칭' 대박 비결은?

사진 성남시 제공./

(성남=뉴스1) 배수아 기자 = 청년들의 연애에 직접 손발을 걷어부친 지자체가 있다. 바로 경기도 성남시다.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미혼남녀 만남 주선 자리를 기획해 시행 중이다.

지난해 5번의 행사를 치렀는데, 참여했던 청년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리얼 후기'를 올리면서 입소문이 나다보니 올해는 행사가 8번까지 늘어나게 됐다.

'솔로몬의 선택'은 지난해 첫 행사부터 말그대로 '대박'을 쳤다. 200명을 모집하는데 1300명이 지원을 한 것이다.

◇ 지자체가 직접 나선 계기는?…신상진 성남시장의 의지

이렇게 청년들의 연애에 지자체가 직접 나선데엔 신상진 성남시장의 의지가 컸다. 바쁜 청년들이 일상 속에서 정작 남·여간 만남의 기회가 적다는 신 시장 두 딸의 말에 신 시장은 아이디어를 냈다.

성남시의 인구는 90만 명, 생활인구까지 하면 140만 명이다. 신 시장은 성남 판교·분당에 대기업이 많고 좋은 인재가 많아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신 시장은 즉각 청춘 남녀들의 만남을 주관할 부서를 찾았다. 성남시 여성가족과는 직접 청년들을 만나 '청년들의 니즈'(needs)부터 파악했다. 청년들은 데이트 앱도 많고 결혼정보회사도 많은데 '일대일 만남'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시는 단체모임을 기획했다. 남자 50명, 여자 50명으로 총 100명의 청년들이 6시간동안 함께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를 탐색한다.

시는 성남에 주소를 두거나 성남에 직장을 둔 미혼 남·여 가운데 27~39살이라면 누구나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 단 신청서류에 재직증명서는 필수로 넣었다. 이렇게 받은 지원서를 시가 1차로 검증하면, 외주업체가 2차 랜덤으로 참가자를 선정한다.

사진 성남시 제공./

◇ '솔로몬의 선택'…나는 선택받은 자가 될까

'솔로몬의 선택' 행사에 입장하면, 참가자들은 '매칭지'부터 받는다. 매칭지를 들고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의 특징을 쓰다가, 행사를 마칠때쯤 1지망부터 3지망까지 마음에 들었던 사람의 이름을 적어 제출하면 된다.

매칭지를 수거해 간 시는 선순위대로 직접 사랑의 작대기를 그어 행사 다음날 매칭이 된 남여에게 상대방의 번호와 함께 "축하드립니다. 000와 매칭이 되셨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다.

여기서 매칭이 안됐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시는 회차마다 회장, 부회장을 뽑아 실명으로만 참여할 수 있는 그룹 카카오톡방을 만들게 했다. 각 회차별 회장들은 서로 연락해 다른 회차끼리 또 다른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지원하는데까지 용기를 냈지만 막상 행사 참여가 부끄러운 청년들을 위해 시는 '연애 코칭 매니저'도 섭외했다. 연애 매니저가 행사 시작을 이끌어 청년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서 감성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시는 행사 후 뒷풀이 참여율도 70~80%로 높다고 말한다.

◇ '현커'는 얼마나 될까?

시는 지난해 5차례 열린 솔로몬의 선택 행사 참가자 460명 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320명 중 36%에 해당되는 115명이 현재 '연애 중'이라고 답했다.

연애 중인 이들 중 20명은 솔로몬의 선택 행사에서 매칭이 성사된 상대방과 현실에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5명은 조별 뒷풀이 모임 등으로 만난 이들과 연애 중이었다. 시 주관한 행사에서 '현커'가 정말 탄생한 것이다.

다른 90명은 솔로몬의 선택 행사가 계기가 돼 친구 소개탕, 부모 소개, 맞선 등 다양한 경로로 연애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열린 행사를 보면 남녀 380쌍 중 166쌍(44%)의 커플이 이어졌고, 올해 부부 1호(7월7일), 2호(9월1일)가 탄생했다. 현커에서 현실부부까지 이뤄진 셈이다.

◇ '대박 비결'은 뭘까

성남시 여성가족과 강미정 팀장은 '대박 비결'로 '청년들의 니즈가 맞은 것'을 꼽았다. 강 팀장은 "시에서 신뢰할 수 있는 청년들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해줬다"면서 "만남의 기회에 굶주렸던 청년들과 지자체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솔로몬의 선택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해당 행사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2.5%가 '그렇다'고 답했다.

최대 2개까지 응답할 수 있는 추천 이유 7가지에 대해선 추천 의향자 264명 중 64.4%(170명)가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라 믿을 수 있어서', 이어 43.9%(116명)가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를 꼽았다.

실제 현실 커플이 된 참가자 A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커피 한 잔 마시자, 밥 한 번 먹자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데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니까 되레 마음이 편하고 부담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 성남시 제공./

◇ "우리도 성남시처럼"…전국에서 벤치마킹

'솔로몬의 선택'은 경기도 저출생 대응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국내외 언론 관심도 뜨겁다. 국내 주요 방송사와 언론사뿐 아니라 지난해 8월 7일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도 관련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9월 30일에는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ST)가 솔로몬의 선택 행사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성남시의 청년들을 집중 조명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벤치마킹을 하겠다며 줄을 섰다. 지난해 7월 화성시를 시작으로 오산시, 시흥시, 단양군, 파주시 등이 노하우를 배우러 직접 성남시를 방문했다. 부산과 대전, 수원, 안양, 서울 등 여러 지자체에서 전화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