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응급실 긴급 투입 '언 발에 오줌 누기'…의료계 "역부족"(종합)

"임상경험 부족 군의관 응급실 당장 투입 어려워"…실효성 논란
환자들도 "군의관 온다고 뭐가 달라질까…본질적 해결책 찾아야"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에 정부가 군의관을 파견하기로 한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전국=뉴스1) 박대준 김기현 이종재 장동열 장광일 기자 = 정부가 4일부터 각 병원 응급실의 운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군의관을 투입하기 시작했지만 일선 병원 등 의료계와 환자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으며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목된 병원에 이날부터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해당 병원과 파견 인원은 강원대병원 5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아주대병원 3명이다.

이어 9일부터는 230여 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나머지 위험 병원을 중심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첫날 군의관이 배치된 각 병원에서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곧바로 응급실에 투입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현재 의료대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김모 씨(39·여)는 “군의관이 온다고 크게 달라질까요? 서둘러 본질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센터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3명이 사직해 현재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5일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군의관 지원을 받더라도 제한 진료 방침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공보의와 군의관을 당장 응급실 업무에 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일반의’로,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에 정부가 군의관을 파견하기로 한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응급실 야간진료가 중단되며 이날 군의관 2명이 추가 투입된 세종충남대병원도 응급실 정상화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측은 추가 파견된 2명을 응급실 진료에 투입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달 파견된 군의관 1명은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9일 소속 부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은 애초 교수 3명과 계약직 전문의 12명으로 운영되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이 5월부터 하나씩 사직하면서 지난달엔 11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달 1일 자로 4명이 추가 사직하면서 현재 7명만 남은 상황이다.

강원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개원 이래 처음으로 응급의료센터 ‘성인 야간 진료’가 지난 2일부터 무기한 중단된 상황에서 이날 군의관 5명이 긴급 파견됐다. 그러나 병원측은 이날 충원에도 불구 부족한 인력 충원을 위해 촉탁의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시민단체 사회복지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군의관·공중보건의 파견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시행돼 부산 응급의료기관에도 파견돼 있다”며 “추석 기간 군의관·공중보건의를 얼마나 파견할지는 모르겠으나 응급실 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