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판이 개판" 말들은 판사, 몇분새 형량 3배 선고…8년 뒤 기막힌 반전

원심 재판장 피고인 난동에 즉석 '징역1년→징역3년' 판결번복
원심 8년 만에 파기환송심 '징역 1년' 최초 선고 형량 맞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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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원심 판결 선고 당시 판사가 "징역 1년형을 선고한다"고 낭독한 직후 피고인이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라고 불만을 표출하자, 그 자리에서 판사가 판결을 번복해 3배에 달하는 '징역 3년형'으로 정정 선고한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016년 9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원심 판결(재판장 김양호)이 선고된 지 무려 8년 만에 원점으로 회귀한 셈이다.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과정이던 2017년 1월 18일 <뉴스1>의 '[단독]"판결에 불만?"…징역1년→징역3년 선고 번복한 판사'라는 제하의 보도로 드러났으며 이른바 '1법정 2선고' 판결로 불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선고 절차상의 위법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3부(재판장 이성균)는 지난 30일 무고,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징역 1년은 최초 원심 판사가 법정에서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낭독하며 선고할 당시의 형량과 같다.

이 사건의 피고인 A 씨는 2012년 타인 명의 차용증을 위조하고, 이듬해 서울지역 경찰서에 위조된 차용증을 제출했으며, 타인에 대한 허위고소를 하는 등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원심 재판장은 2016년 9월 22일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A 씨에게 결국 '징역 3년'을 선고했는데, 이 선고 절차를 마치기 전 이미 "징역 1년을 선고한다"고 법정에서 발설한 상태였다.

되짚어 보면, 원심 재판장은 선고기일에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하고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있었다. 그때 A 씨는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라고 말하며 난동을 부렸다. 즉각 법정 경위와 교도관 등이 피고인을 제압해 구치감으로 끌고 갔다.

원심 재판장은 구치감으로 간 A 씨를 다시 선고를 듣던 자리로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법정 경위가 다시 A 씨를 법정으로 데리고 나오자, "피고인은 변론종결 후 판결선고 시점까지 법정모욕적 발언 등 잘못을 뉘우치는 정이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후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가 법정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즉결심판이나 정식 입건을 거친 수사절차와 기소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미 법정에서 선언한 주문을 번복하며 순간적으로 3배의 형량을 선고해버린 것이다. 유례 없는 판례다.

2심인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성지호)는 2017년 2월 14일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징역 1년형과 징역 3년형의 중간인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의 선고는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피고인에게 훈계까지 마친 후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해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착해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해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재판장이 선고절차 종료 전에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변경해 선고했다고 해서 거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 이후 A 씨는 2017년 8월 대법원의 구속취소결정으로 1년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됐다.

항소심 판결 이후 5년이 지난 2022년 5월 13일 대법원 3부는 A 씨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1심 재판장은 징역 1년이 피고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이라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그 이후의 사정이다"며 "1심 재판장은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했는데 당시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형사 판결 선고의 종료시점이 언제인지, 그 과정에서 주문의 변경 선고가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을 정리했다. 변경 선고가 가능한 한계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향후 하급심 운영의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3심이 파기환송심으로 돌려보낸 뒤 또 2년이 넘게 흘렀다. A 씨는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부에서는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A 씨는 파기환송심 판결 선고 기일에도 두 차례 불출석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 궐석 상태에서 판결문을 낭독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심 재판장은 선고기일에 피고인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가 피고인이 흥분한 나머지 법정모욕적인 발언을 해 피고인 대기실로 끌려 나가자, 피고인을 다시 법정으로 불러낸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바, 원심의 판결 선고는 그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훈계, 보호관찰 등 관련 서면의 교부까지 마치는 등 선고 절차를 마쳤을 때 비로소 종료되는 것이므로,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판결 선고 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해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상,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변경 선고가 허용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변경 선고는 최초 낭독한 주문 내용에 잘못이 있다거나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바로잡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심 재판장은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해 선고 내용을 외부적으로 표시했고, 이는 원심 재판장은 징역 1년을 피고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이라고 판단해 선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그 이후의 사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 재판장은 선고 절차 중 피고인의 행동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했고, 당시 선고기일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은 자기 행동이 이처럼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따라서 피고인의 판결 선고 절차상의 위법 주장은 이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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