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폭우' 한반도는 습식 사우나…열사병 사망 잇따라(종합)

가축 피해도 '심각'한데…계속되는 '무더위'
"엎친 데 덮친 격"…열대야에 밤 잠 못 이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8.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국=뉴스1) 김기현 한귀섭 김세은 강승남 강미영 전원 최형욱 기자 = 수십일째 전국 각지에서 살인적인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가축과 양식 어류가 폐사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 강하게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있으나 좀처럼 무더위를 식히지 못 하고 있고, 밤 잠 설치게 만드는 열대야까지 장기간 이어져 시민 고통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 전국 각지 '온열질환자' 속출…가축 피해도 '심각'

18일 충남도와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새벽 4시쯤 예산군 오가면 한 농업법인 작업장 근로자인 40대 외국인 남성 A 씨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지난 13일 오후 4시쯤 감자 선별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아 왔다. 병원 이송 당시 A 씨 체온은 41.7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충남지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는 총 3명으로 늘었다. 지난 16일에도 예산군 고덕면에서 80대 여성이 열사병으로 숨진 바 있다.

전남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날까지 열탈진 2명, 열경련 1명 등 3명의 온열질환자가 추가로 발생했을 정도다.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총 303명으로, 사망자는 2명이다.

특히 전남지역은 전날 돼지 86마리가 죽는 등 가축 폐사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가축 폐사 피해는 126개 농가, 16만 9896마리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25억 3700만 원이다.

광복절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도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2024.8.18./뉴스1 ⓒ News1 강승남 기자

◇ "언제쯤 물러날까"…수십일째 이어지는 '무더위'

이처럼 폭염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지만, 더위는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후 전북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는 30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장수·무주·진안(폭염주의보)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시·군에 폭염경보가 발효돼 있는 상태다.

대부분 지역 체감온도는 30~34도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지점 일 최고 체감온도는 고창군 심원면 34.2도, 부안군 위도 33.9도, 군산 선유도 33.1도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울산에서 발생한 폭염일수는 총 14일로, 10년간 역대 4위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를 의미한다.

울산에서 첫 폭염이 관측된 시점은 6월 19일로, 지난 2017년 당시 5월 30일에 관측된 이후 10년간 두 번째로 빨랐다.

폭염이 가장 마지막으로 발생한 시점은 8월 8일이나, 이후에도 낮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인 폭염주의보는 계속 발효 중이다.

16일 오후 광주 북구 일곡동에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로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주민들과 학생들이 서둘러 이동하고 있다.(광주 북구 제공)2024.8.16/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 일부 지역선 산발적 '소나기'…"더위는 못 식혀"

일부 지역에서는 갑자기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으나 금세 그치면서 더위를 식히지는 못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 40분을 기해 양구평지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다가 1시간 만인 오후 5시 40분부로 해제했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기상 당국은 이보다 앞선 오후 3시에도 경기 부천시와 서울 서남권에 마찬가지로 호우주의보를 발령했으나 40분 만인 오후 3시 40분부로 해제한 바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저기압도 형성돼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전했다.

부산지역에 열대야가 23일째 이어진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킹 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4.8.18/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밤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

이런 상황에서 '열대야'까지 지속되고 있어 시민 고통을 날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부산의 경우, 지난 7월 25일 이후 24일째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그간 최장 기록이었던 21일 연속 열대야(1994년·2018년 여름)를 경신한 것이다.

제주 전역에서도 열대야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밤사이 주요 지점 최저 기온은 제주(북부) 27.6도, 서귀포(남부) 26.8도, 성산(동부) 25.1도, 고산(서부) 25.4도다.

기상 당국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날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밤사이 충분히 떨어지지 못 해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올해 지점별 열대야 일수(누적)는 제주(북부) 43일, 서귀포(남부) 36일, 성산(동부) 34일, 고산(서부) 29일이다.

특히 제주(북부)는 지난달 15일 이후 34일 연속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의 열대야 연속 일수 역대 최장 기록 3위에 해당한다. 역대 1위는 2013년 44일, 2위는 2016년 39일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겠고, 서쪽지역과 그 밖의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며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지만, 소나기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아 무덥겠으니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