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는데 걸림돌" 친모 살해 30대 탈북민, 징역 20년…쌍방 항소

(고양=뉴스1) 양희문 기자 = 설연휴 기간 술에 취해 친어머니를 살해한 30대 탈북민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받자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항소했다.

피고인은 함께 베트남으로 이주하자는 지인의 제안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친모가 걸림돌이 될 거란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의 1심 판결에 불복해 이날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A 씨가 지인으로부터 베트남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고 유일한 가족인 모친을 살해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단 생각에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그 범행이 반인륜적·반사회적"이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의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 평가도 '높음' 수준으로 나온 데다 다른 범죄전력을 고려했을 때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A 씨 측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이날 법원에 항소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설 연휴인 지난 2월 9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B 씨(57)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지인과 통화하며 범행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고, 지인은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숨진 B 씨 옆에서 잠들어있는 A 씨를 발견하고 그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06년 8월 부모와 함께 탈북해 대한민국으로 입국했으며, 그의 부친은 2012년 사망해 어머니와 둘이 살았다. 이후 강도상해 등 여러 차례 범죄를 일으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었는데 이 기간 알게 된 C 씨로부터 베트남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A 씨는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살해하면 외국으로 이주하는 데 걸림돌 없이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며 징역 20년형과 함께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