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안되면 죽어야 해"…어머니 '딸 살해범' 녹음 틀고 증언

범행 당시 김레아 녹음파일 법정서 재생

김레아. 수원지검 제공./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여자 친구와 그 모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자 친구를 숨지게 하고 모친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김레아(26·대학생)의 재판에서 범행 상황이 생생하게 녹음된 파일이 재생됐다.

25일 수원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레아에 대한 두 번째 기일을 열고, 김레아의 여자 친구였던 A 씨의 모친 B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B 씨는 증인석에 나와 김레아의 범행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B 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딸이) 처음엔 집에 자주 왔는데 어느 순간 안 와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빠(김레아)가 주말엔 자기랑 놀아야 해서 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4년 3월 24일 사건 전날, 딸이 집에 왔는데 온몸에 멍이 있고 목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물어보니 딸이 '오빠가 예전부터 때렸다'고 해 제가 사진을 찍어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헤어지려고 하면 자꾸 협박하고 딸이 자고 있을 때 나체사진을 찍어 '친구들과 학교에 유포한다'며 죽일 거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검사가 "다른 데이트폭력은 없었냐"고 묻자 B 씨는 "제가 사준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을 갖고 있길래 물어보니 '오빠가 던져서 부서졌다'고 하더라"며 "부서진 휴대폰을 복원해서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사람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도 했다더라"고 했다.

딸이 데이트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은 안 B 씨는 김레아와 동거하고 있던 딸의 짐을 빼러 김레아의 오피스텔을 찾았다.

이어 김레아에게 '헤어지면 어떠한 유언비어나 사진, 영상을 노출하지 않겠다. 유포할 시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받으려 했다.

B 씨는 김레아가 거짓말을 많이 해 오피스텔에 들어가자마자 몰래 녹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레아가 합의서를 보기도 전에 사건은 벌어졌다.

B 씨가 "우리 딸 몸에 멍 자국, 상처는 어떻게 된 거냐. 왜 딸 휴대전화가 망가졌냐"고 다그치자, 김레아는 한숨을 한 번 푹 쉬더니 바로 흉기를 들고 B 씨를 수차례 찌르고 이어 A 씨도 찔렀다.

당시 범행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B 씨는 흐느꼈다.

B 씨는 "녹음 파일에는 명확히 담기지 않았지만, 딸이 집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자 김레아가 '너는 내 것 안 되면 죽어야 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법정에서는 범행 후 B 씨가 경찰에 신고할 당시 통화 내용도 재생됐다.

B 씨는 '법정에 직접 나와 진술하고 싶었던 이유가 뭐냐'는 검사의 질문에 '김레아의 거짓말'을 강조했다.

B 씨는 "김레아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처음 경찰에 진술할 때 새벽에 제가 집에 쳐들어오는 바람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며 "김레아는 거짓말을 일삼고 협박을 한다. 딸을 얼마나 가스라이팅 했는지 김레아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거짓말이다"고 호소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의 모습. 2022.6.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어진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김레아가 '합의서'를 본 이후 범행을 벌인 게 아닌지를 물었다. 합의서를 본 후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벌어진 '우발 범행'인지를 확인하려는 취지다.

변호인은 B 씨에게 "(김레아의 진술에 따르면) 증인이 먼저 칼을 뽑아 자신 옆에 두었다는데 맞냐"고 묻자, B 씨는 "그럼 제가 부엌 쪽에 앉아있지 않았겠냐, 사실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이어 "김레아가 손 신경이 다 끊어졌는데 이를 아냐"는 물음에 B 씨는 "저는 19번을 찔렸고, 저희 딸은 집 안에서만 5번 찔렸다. 김레아는 분명 칼을 똑바로 잡고 있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김레아가 진술하길, 증인이 들고 있던 칼을 자신이 빼앗으려다가 손가락을 베였다고 주장한다"고 말하자, B 씨는 "나는 칼을 잡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김레아의 범행 이후 거짓말 등 정황이 불량하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는 "김레아는 모친이 칼을 들고 대항하기에 이에 맞서려고 범행을 했다며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 김레아의 접견 녹음 파일도 양형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레아는 '우발범행'과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또 사건 당일 여자 친구가 집을 떠난다는 사실에 '게보린'과 '소주'를 마셨다고 주장했다.

다음 기일엔 김레아 측이 신청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검사(KORAS-G)와 정신병질자 선별검사(PCL-R = 사이코패스 성향 평가)에 대한 감정 결과와 함께 김레아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회신이 오는 대로 다음 기일을 잡기로 했다.

김레아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 35분쯤 경기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 친구 A 씨(21)와 그 모친 B 씨(46)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A 씨를 숨지게 하고 B 씨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검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김레아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는 올해 1월 특정 중대범죄 신상 공개법 시행 이후 검찰이 머그샷을 공개한 국내 첫 사례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