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동료들 눈물의 조문 "믿기지 않아요…안전교육도 없어"

사고 후 첫 주말 각계각층 추모 행렬 이어져

29일 오후 2시 40분쯤 아리셀 화재 희생자 동료인 중국인 백모 씨(37·여) 등 10여 명이 경기 화성시청 본관 1층에 마련된 추모분향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2024.6.29/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화성=뉴스1) 김기현 기자 =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나요? 너무 안타까워요."

29일 오후 2시 40분쯤 경기 화성시청 본관 1층에 마련된 '아리셀 화재' 추모분향소를 찾은 중국인 백 모 씨(37·여)는 눈물을 쏟아내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은 백 씨는 약 8개월 전부터 인력 파견 업체 '메이셀'을 통해 아리셀에서 일해 왔다고 한다.

그러던 지난 24일 갑작스레 화재가 발생했고, 평소 가깝게 지내오던 동료 10명의 소중한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는 게 백 씨 설명이다. 이번 화재로 희생된 사망자는 총 23명이다.

백 씨는 "죽은 동료들은 대부분 근무 3~8개월 차였다"며 "심지어 취직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이 나도) 이렇게 못 나오고 이렇게 되니까 되게 속상했다"며 "(모두) 구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마음이 든다"고 울먹였다.

특히 그는 직접적인 업무 지시는 모두 아리셀에서 내렸으며 안전 교육이나 매뉴얼 자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원청업체가 파견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 등 지휘·명령을 하는 행위는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

29일 오후 3시 50분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경기 화성시청 본관 1층에 마련된 추모분향소를 찾았다. 2024.6.29/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백 씨는 "아리셀 정직원들이 주로 '내일 아침에 와서 마킹해라'라고 하는 등 작업을 지시했었다"며 "안전과 관련해선 '위험성이 있으니까 떨어지면 안 된다'고 말한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메이셀에) 전화해 일을 구했다. 근로계약서도 안 썼다"며 "산업재해보험이나 4대보험도 없었다"고 피력했다.

아리셀 화재 발생 후 맞는 첫 주말인 이날 추모분향소엔 각계각층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리셀 인근에 거주한다는 이 모 씨(64)는 홀로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한 뒤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매일같이 보던 곳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해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깝게 돌아가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송깐 루앙무닌턴 주한 라오스 대사, 이상일 용인시장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 등도 발걸음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 똑같이 애통한 마음일 것"이라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주민 수가 260만 명을 넘어섰다"며 "이주민 근로자 안전 문제를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쯤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모두 31명이 죽거나 다쳤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