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바지 임대인' 두고 전세 사기친 일당 항소심도 징역 7년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바지 임대인을 두고 은행 대출을 받아 무자본으로 건물을 짓고 세입자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일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김민상·강영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41) 씨와 김모(33) 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7년과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강 씨와 김 씨, 검사는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검사와 피고인이 법원에서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정도의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강 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신축 빌라에 바지 임대인인 김 씨 명의를 빌려 세입자 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8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김 씨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아 무자본으로 건물을 짓고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강 씨는 법정에서 "김 씨가 제대로 관리하면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주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사기 범행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은 상당 기간 부동산업에 종사한 사람으로 임차인들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못할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무자본 갭투자 방식은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일반 계약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강 씨 소유 건물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은행에서 전세 대출금 1억8000만 원을 빌린 허위 임차인 A 씨와 범행을 공모한 공인중개사 B 씨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A 씨의 전세 자금으로 사업 자금에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중간에 소개한 사람은 B 씨였다.

이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추가 고소건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볼 때 전체 피해 규모는 15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 씨 등과 공모해 바지 임대인 모집책 역할을 한 이 모 씨는 지난해 고소장 접수 직전 중국으로 출국해 잠적한 상태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