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탄현면 주민들 “사태 길어지지 않길”…대북 확성기 재개

주민 대부분 농업 종사…오물풍선 맞대응에 “설마 했는데”

정부가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한데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한 9일 파주 접경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자리하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파주=뉴스1) 박대준 기자 = “그동안 조용히 살았는데…”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우리 정부가 결국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 탄현면 일대 주민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군은 이날 오후 5시께 파주지역 대북 확성기에서는 애국가와 ‘북한 동포 여러분,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시작한다’는 멘트와 함께 고출력 확성기를 가동했다.

주민들은 6년 만에 재개된 확성기 소리에 일상을 멈추고 방송 내용에 귀를 기울이며, 이번 사태가 오래 가지 않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모 씨(대동리)는 “오랜만에 들리는 확성기 소리에 ‘이게 뭔가’ 싶어 착잡한 기분”이라며 “북한의 오만함도 문제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 확성기 방송 재개가 원망스럽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앞둔 9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주 대북방송 실시 대비 실제훈련에서 확성기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군 당국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를 위한 이미 지난 주 방송 재개에 앞서 실제 훈련을 실시했고 방송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합참 제공) 2024.6.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파주시의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에 영향을 받는 곳은 탄현면 대동리·만우리·문지리·오금리 등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들이다. 이중 대동리와 만우리의 경우 확성기에서 불과 4㎞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북한과 함께 방송 내용을 그대로 청취 가능하다.

대북 확성기의 경우 주간에는 10㎞ 떨어진 개성시에서도 방송 내용을 청취할 수 있다. 반면 인구가 밀집한 파주 문산지역은 거리가 비교적 멀고 확성기 송출 반대 방향인 탓에 확성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성동리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 모 씨는 “과거 어렵게 남북 합의를 통해 중단했던 확성기 방송이 어이없게 ‘쓰레기 풍선’ 때문에 재개됐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최근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임진각을 중심으로 조금씩 안보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시 긴장관계가 형성돼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모 씨(오금리)도 “과거 확성기 주변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만 지으며 불편을 묵묵히 감내해 온 사람들”이라며 “최근 공장과 도로가 새로 들어서며 지역이 개발되는 상황에서 다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소외지역으로 돌아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방송은 정부의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와 한미일의 북한의 핵 프로그램 규탄, 삼성의 휴대전 출하량 전 세계 1위 소식, 북한 내 외부 영상물 시청 단속 등의 뉴스로 구성됐다.

이어 북한의 날씨와 물가 동향 등을 안내하는 것으로 1시간가량의 방송을 마무리했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