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대북송금' 일부 무죄?…檢 칼날, 이재명 겨눌까
法,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범죄 행위' 판단
檢 "'대북송금' 실체 확인"…'보고' 규명에 수사력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 배경과 향후 검찰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 法,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범죄 행위' 판단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전날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 6월을 선고하고, 벌금 2억 5000만 원과 추징금 3억 2595만 원을 명령했다.
혐의별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증거인멸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징역 8년, △정치자금법 위반이 징역 1년 6월이다.
특히 법원은 이번 재판 최대 쟁점이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대북 송금 의혹)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일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북 송금 의혹은 경기도 대북 사업인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쌍방울 그룹을 통해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이 전 부지사가 스마트팜 사업비와 도지사 방북비 대납을 위해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을 동원,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수출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800만 달러 중 절반 상당인 394만 달러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스마트팜 사업비 164만 달러, 이 대표 방북비 230만 달러다.
외국환거래법은 국민이 외화 3만 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수단을 국외로 휴대 수출하려는 경우 사전에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또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가운데 200만 달러를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점도 인정했다.
외국환거래법은 금융제재대상자에게 돈을 지급하려면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 중이다.
이를 두고 법원은 "쌍방울 대북 송금은 도지사 방북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으로, 방북 관련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기획재정부 국제평화 및 안전 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 허가 지침'상 금융제재 대상에 지급했거나 지급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 檢 "'대북 송금' 실체 확인"…'이재명' 칼날 겨누나
법원이 이 전 부지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으나 사실상 '8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이 도 차원에서 북한에 500만 달러(지원)을 약속했으나, 이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김성태(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대납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도지사 방북비'에 대해선 "이재명 도지사가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배제됐다"며 "이를 계기로 피고인이 도지사 방북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성태를 통해 도지사 방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북한에서 요구한 300만 달러를 김성태에게 대납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검찰 관계자는 "뇌물 혐의에 대해 법정형 하한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된 점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한 점에 대해선 항소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새롭게 적용하겠단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그동안 쌍방울 그룹이 북한(제3자)에 송금한 돈은 사실상 이 대표에게 건넨 뇌물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 왔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여전히 "당시 이 지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검찰은 1심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은 '보고'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과거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은 이 대표에게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 '북한에서 요구하는 의전 비용을 김 전 회장이 처리할 것이라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가 말을 바꿨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남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불법 대북 송금'의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엄정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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