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암사로 돌아온 '보스턴 부처' 사리…"환수 과정은 기적"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20년 노력 끝에 '결실'
"김건희 여사 美보스턴미술관 방문 뒤 분위기 반전"

보스턴 미술관 소장 사리구(좌) 재현품 금은제라마탑형 사리구(우) (사진=혜문 대표)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석가여래' '정광여래' '가섭여래' '지공' '나옹' 등 3여래 2조사의 '사리'가 85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환수된 이들 사리는 경기 양주시 회암사에 영구 봉안될 예정이다.

이들 사리가 환수되기까진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의 공이 컸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20년간 미국은 물론, 북한 등도 방문했다.

혜문 대표는 최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 정약용 유적지에서 뉴스1과 만나 지난했던 '보스턴 사리' 환수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2004년 회암사에 기거할 때 이곳을 방문했던 강우방 당시 경주국립박물관장으로부터 '보스턴 부처 사리'에 대한 얘기를 듣고 '환수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혜문 대표에 따르면 해당 사리는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일본 도쿄의 한 골동품 취급 회사가 매입했고, 이후 보스턴미술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혜문 대표는 "사리는 유골"이라며 "유골은 돈을 주고 샀다 할지라도 소유권 취득물이 아닌 불융통물"이라고 지적했다.

혜문 대표는 이 같은 '환수' 논리를 준비한 뒤 해당 사리가 원래 출연했던 곳으로 꼽히는 '회암사'와 '개성 화장사'로부터 환수 협상대상자 자격을 얻었다.

혜문 대표는 이를 위해 회암사는 물론, 2008년엔 평양에 가 개성 화장사 주지로부터도 위임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2009년 1월 보스턴미술관을 상대로 사리 환수를 요구했고, '사리를 돌려주겠다'는 답을 얻었다.

당시 보스턴미술관은 '사리구는 돌려주지 못하지만, 사리는 미술적 소장품이 아닌 종교적 상징물이기 때문에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박물관 측은 우리나라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의 '동의'를 구해 와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당시 우리 문화재청은 '사리를 담은 사리구까지 반환하지 않으면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1년 당시 문화부 장관이 '사리만 반환'에 동의하기도 했지만, 문화재청 담당자들이 이견을 표시해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3년에도 혜문 대표는 보스턴미술관에 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에 들렀다가 이 사리의 존재를 알게 돼 반환 요청을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한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보스턴미술관이 소장 중인 사리구의 정식명칭은 '금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다.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공예품으로 평가받는 이 사리구 내엔 '금은제도금팔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다.

해당 사리구의 명문엔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 2과, 정광불 5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이 담겨 있다고 쓰여 있지만, 현재는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리구는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사리구가 반환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리를 어떻게 보존해 옮겨올지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금속공예에 문외한이었던 혜문 대표는 사리구를 대신할 '재현 사리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2020년부터 금속공예를 배웠다. 그리고 단시간 만에 6회나 전국 미술 공모 대전에 입선하는 입지전적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23 불교미술대전'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불교 공예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보스턴미술관에서 사리구 내부구조를 목격한 경험 등을 토대로 약 108일간 '금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의 재현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적 기법을 도입하고 세부적 부분을 재해석했다는 혜문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평생 금속공예를 모르던 내가 전국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은 것은 일종의 종교적 기적"이라며 "보스턴 사리의 영험함이 나를 이끌었고 미술에 대한 재주까지 부여한 게 아닌가 한다. 이는 영광이며 기적의 체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리가 제자리를 찾은 건 한반도의 불교가 합심한 성과"라면서도 "인도 아소카왕이 전 세계에 부처의 사리를 전했듯, 예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왕명으로 움직였다, 국가원수의 부인이 사리 환수 과정에 개입해 옮겨졌으니 '사리 이운'의 격조가 더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혜문 대표는 이번 사리 환수에 앞서 4년간 공을 들여 6·25전쟁 때 미군 병사가 몰래 빼돌린 뒤 미 로스앤젤레스(LA) 라크마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조선 '문정왕후 어보'를 환수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작년엔 그간 보물로 지정돼 있던 '이순신 장검' 등 유물 4종의 국보 승격 필요성을 국회에서 알리고, 이후 국보로 지정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양주시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산 봉선사와 함께 19일 양주회암사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회암사와 함께 주최하는 사리 이운 기념 문화행사를 연다. 이후 이 사리는 양주시립 회암사지박물관 내부로 모셔져 불자 및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