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균열' 공무원들 알고도 나 몰라라…3명 구속영장

정자교 붕괴 사고는 '인재'…신상진 성남시장엔 '면죄부'
경찰, 1년여 수사 끝에 17명 檢 송치키로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성남=뉴스1) 김기현 기자 = 지난해 4월 2명의 사상사를 낸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공무원들은 정자교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나 몰라라 했고, 점검업체는마치 문제가 없다는 듯 점검 서류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30일 오전 11시 '정자교 붕괴사고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17명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성남시청·분당구청 소속 공무원 7명과 시설물안전법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7개 교량 점검업체 관계자 10명 등이다.

경찰은 이 중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당시 분당구청 구조물관리과 소속 공무원 A 씨(44·6급)와 B 씨(43·6급), C 씨(33·8급) 등 3명에 대해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받았던 신상진 성남시장은 의무 위반 사항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불송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등이 나온 재해를 말한다.

현행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공중이용시설 가운데 '교량'은 연장 100m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시설을 총괄하는 자에게 물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지자체의 경우 법적 책임은 지자체장이 진다는 의미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A 씨 등은 지난 2021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4월까지 교량 점검 결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지보수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량 점검업체 관계자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교량 점검 과정에서 다른 교량의 점검 내용을 복제해 사용하거나 기술자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자교는 1993년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 건설된 왕복 6차로의 길이 108m·폭 26m 규모의 교량으로, 2018년 4월쯤 보행로 붕괴지점의 교면 균열이 최초로 확인됐다.

이후 2021년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밀 안전 점검에서 붕괴 지점 등 균열 확대로 인한 '교면 전면 재포장' 의견이 도출됐다.

특히 정자교는 당시 정밀 안전 점검이 진행된 분당구 전체 교량 20개 가운데 최하위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 씨 등은 이를 등한시한 채 같은 해 하반기 교량 노면 보수공사 대상에서 정자교를 아예 제외했다.

자체적으로 탄천 하류의 교량부터 차례로 보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자교는 탄천 상류에 자리잡고 있다.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 일부 구간과 난간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소방 대원 등이 분주히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023.4.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2022년 하반기 교량 노면 보수공사에서 붕괴 지점인 3차로 균열은 보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역시 자의적인 판단으로 3차로를 제외한 1·2차로만 보수 대상에 포함시킨 결과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의 조사 결과, 설계 및 시공상의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저희가 정자교 건설에 참여한 시공사나 시공사 관계자들도 조사했으나 거기서도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은수미 전 성남시장을 왜 입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법리 검토 결과 현 시장을 수범자로 판단했다"며 "이미 10개월 전 퇴임한 은 전 시장은 책임이 없다고 봤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23년 4월5일 오전 9시 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 씨(당시 40·여)가 숨지고, B 씨(30)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