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했어" 임신 여친 살해 후 유기한 20대 조폭, 2심도 징역 30년

항소심 "원심의 양형 조건 변화 없다" 피고인·검사 항소 기각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병원에서 눈을 뜬 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기억 속에서 여자친구를 잊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 살아났지만 다시 살아난 것에 대해 앞으로 제 인생이 아닌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친구인 수연(가명)이의 인생을 살겠습니다."

말다툼 끝에 임신 중인 여자친구를 목졸라 살해하고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2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2-2형사부(고법판사 김종우·박광서·김민기)는 살인 및 시체유기,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20대)의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A 씨에게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년간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무렵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살인 범행 직후 자살을 암시하는 카톡 문자 메시지를 아버지에게 보낸 점, 번개탄을 피워 실제 자살 시도를 한 점, 자신의 범행에 후회하는 점은 유리한 사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연인관계인 피해자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질식해 살해한 것은 불리한 사정으로, 원심의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큰 죄를 지었지만 피해자를 진심으로 많이 좋아했고 그 날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슴으로 수연아 내가 많이 미안하다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한다"며 울먹거렸다. 이어 "진심으로 좋아했던 수연이의 인생을 위해 착실히 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A 씨는 범행 후 기억이 상실됐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1심에서부터 재판부에 여러 차례 제출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A 씨는 2023년 4월 1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화성시 한 식당에서 여자친구와 식사 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다툰 뒤 주차된 차 안에서 여자친구를 목졸라 살해하고 수원의 한 저수지 인근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여자친구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의 원래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풀어 자신의 계정으로 10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후 수원의 한 모텔에서 극단선택을 시도하고 같은날 오후 8시 40분쯤 의식이 없는 채로 경찰에 발견됐다. 그는 모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전 친구에게 여자친구 살해 사실과 시체 유기장소를 털어놓았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수원 야산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피해여성의 가족은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이미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상태였다.

A 씨는 조직생활에도 한 때 몸담았던 전 조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당 혐의 외에도 절취미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위반, 건조물 침입·절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이날 재판과 병합돼 함께 선고받았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