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이 제기한 ‘후폭풍’은?…'성인 페스티벌' 논란이 남긴 건
KXF 결국 불발, 주최 측 "안전 우려"
"성 상품화" vs "문화"…논란 불씨만
- 김기현 기자
(경기=뉴스1) 김기현 기자 = 경기 수원·파주시와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를 비롯해 여성·시민단체의 빈축을 샀던 '2024 KXF The Fashion 성인 페스티벌'(이하 KXF)이 결국 전면 취소됐다.
이로써 당장 KXF를 둘러싼 논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네티즌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남성 대 여성' 대결 구도가 심화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한동안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KXF 결국 불발…주최 측 "안전 우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KXF 주최사인 ㈜플레이조커는 전날 일본 성인비디오(AV) 여성 배우 소속사와 긴급회의를 진행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소속사 측은 긴급회의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KXF로 떠들썩하다"며 "여성단체의 반발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배우들의 신변이 보호될 수 있냐"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속사 측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느냐"는 항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플레이조커 측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경호 인력 49명과 보조 인력 27명을 채용했다'고 피력하기도 했으나 '신변 보호'는 약속하지 못 했다고 한다.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는 "경호원이 감싸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재명 피습 사건'이 일어나는데, 소속사 측에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며 "이런 현실에 죄송함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하고 기다려주신 많은 고객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 올려 드린다"며 "내일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KFX, 도대체 어떤 행사길래?
KXF 주관사인 (사)한국성인콘텐츠협회에 따르면 KXF는 지난해 12월 10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IVEX 스튜디오'에서 처음 개최된 바 있다.
'당신의 판타지를 현실로'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당시 KXF에는 1000여 명이 참여해 △AV 배우 팬 미팅 및 패션쇼 △성인용품 전시 △성인 콘텐츠 체험 등의 행사를 즐겼다.
특히 패션쇼에서는 AV 배우들이 비키니 수영복과 SM(사도마조히즘) 콘셉트 의상을 입은 채 팬들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KXF는 1회 때와 비교해 내용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일본 여성 AV 배우 섭외 인원'이나 '예상 참가자' 등 규모면에서는 훨씬 컸다.
일반 입장권은 7만원, VIP 입장권(선착순 30석)은 320만원이었다. 이달 초까지 5000명 이상이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게 플레이조커 측 설명이다.
일반 입장권을 구매할 경우에는 AV 배우 사인을 받은 뒤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고 홍보돼 왔다. 다만 VIP 입장권 서비스 내용은 '비공개'였다.
◇수원→파주→서울서 모두 쫓겨났다
당초 KXF는 오는 20~21일 이틀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소재 민간 전시장 수원메쎄 2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뒤늦게 소식을 접한 여성·시민단체 반발에 부딪혔고, 수원시도 '수원메쎄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는 점' 등을 들며 대관 취소를 요청하면서 결국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이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케이아트스튜디오', 서울 잠원한강공원 내 선상 주점 '어스크루즈'에서 잇달아 KXF 개최가 추진됐지만, 각 지자체의 반발로 또 다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는 '행정대집행'을, 서울시는 어스크루즈 측에 공문을 보내 '임대 승인 취소'와 '전기 공급 중단' 등의 강경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결국 플레이조커는 지난 16일 "티켓 구매자에 한해서만 19일 정확한 장소를 개별 안내하겠다"면서 압구정 카페 골목 일대에서 KXF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자 강남구 역시 KXF 개최 금지를 통보했고, 플레이조커는 전날 또 다시 강남구 신사동 '디브릿지'에서 KXF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성 상품화" vs "문화"…논란 불씨만
끝내 KXF 개최는 불발에 그쳤으나 일부 정치인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KXF가 남긴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KXF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젠더 갈등'으로 옮아 붙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재준 수원시장은 전날 "성인 페스티벌은 자극적 성문화를 조장하는 AV 페스티벌일 뿐"이라며 "특히 수원은 초등학교 코앞이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AV 제작과 유통이 엄연한 불법"이라며 "남녀를 떠나 성 착취와 비인격화, 성 상품화의 심각성은 모르쇠하고 대중화에 앞장서는 것이 과연 선행될 일이냐"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이날 "성인 페스티벌 취소가 가져올 후폭풍이 두렵다"며 "공권력에 의한 자유 침해, 사전검열의 확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숲 씨어터(더맨 얼라이브 초이스 공연장), 명보아트홀(와일드와일드 공연장) 근처에도 초등학교가 있다"며 "여성 전용 성인 공연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인지 밝혀 달라"고 반박했다.
일부 네티즌 역시 "그럴거면 남자들 상의 탈의도 금지시켜라"라는 의견과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행사는 금지돼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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