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위해 공기업 그만두고 환경미화원 됐는데 한때 폭행범 누명까지"

2018년 환경미화원 시작…"지역사회 위해 봉사하고 싶다"
올 3월 폭행사건 연루…혐의 벗었지만, 1달여간 하루하루 고통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행범'으로 몰릴 줄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죠."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근무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 오던 송용일 씨(49). 그는 43세이던 지난 2018년 6월, 환경미화원이 됐다. '늦었지만, 미약하게나마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근무지는 '경기 수원시'로 삼았다. 비록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2000년부터 약 24년 동안 삶터가 돼 준 수원이 애정 넘치는 '제2의 고향'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송 씨는 현재까지 5년이 넘도록 베테랑 환경미화원 못지않은 열정과 의지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쓰레기 발생량이 많아 동료 환경미화원 사이에서 기피지역으로 꼽히는 '팔달구 지동'을 도맡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매일 새벽 4시에 눈을 떠 오전 6시 전에 출근하고, 오후 4시까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홀로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는 게 어느새 그의 일상이 됐다.

18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경기 수원시 환경미화원 송용일 씨(49). 2024.4.18/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그런데 지난달 4일 오전 8시 40분쯤 지동의 한 교회 앞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무를 수행하던 송 씨에게 느닷없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닥쳤다.

70대 남성 주민 A 씨가 비닐과 캔, 플라스틱, 유리 등 생활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버리는 모습을 목격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당시 송 씨는 A 씨에게 "쓰레기를 잘못 버렸다고 알려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A 씨는 반말로 "곱게 쓰레기나 줍고 다녀라. 과태료를 보내라"고 소리쳤다.

결국 송 씨가 "주소가 어떻게 되시냐"고 묻자, A 씨는 "몰라 이 자식아"라고 고성을 지르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A 씨는 뒤돌아선 송 씨를 향해 "이게 X발. 이 새X야"라며 욕설을 내뱉은 뒤 그의 팔과 어깨를 붙잡고 앞으로 넘어뜨렸다.

송 씨는 당황한 나머지 A 씨에게 "이게 뭐 하시는 거냐. 쓰레기 잘못 갖다버리셨다고 알려드린 것 아니냐"고 항의했는데, 이후 송 씨는 더 황당한 상황을 마주했다.

A 씨가 112에 전화를 걸어 "쓰레기 치우는 놈한테 맞아서 허리를 찧어 숨을 못 쉬겠다. 빨리 좀 와 달라"라고 신고하며 오히려 폭행 피해자 행세를 한 탓이다.

그러면서 A 씨는 송 씨가 애써 정리해 둔 쓰레기 봉지를 발로 걷어차는 등 한동안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원중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 때문에 송 씨는 쌍방 폭행 혐의로 A 씨와 함께 경찰에 입건되는 신세에 처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몰리는 누명을 쓴 셈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 사건을 맡은 수원중부경찰서는 한 달여에 걸친 수사 끝에 송 씨에게 폭행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다만 송 씨는 그동안 혹여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특히 송 씨는 이 사건으로 경계석과 나무 데크에 팔과 머리를 찧는 등 부상을 입어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송 씨는 "환경미화원이 된 이후 주민과 더 가까워지고 건강이 좋아지는 등 장점이 많다"며 "그러나 가끔 쓰레기와 관련해 시정 조치나 계도를 부탁드리면 욕설이나 허위신고를 하는 분들도 있어 속상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와 제 가족이 살고 있고, 제 주변인이 살고 있는 수원을 사랑한다"며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앞으로도 꿋꿋하게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