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밖에 못해줘서 미안해"…'세월호 참사' 추모객의 눈물
단원고, 제10주기 4.16 추모행사 등 진행
- 김기현 기자
(안산=뉴스1) 김기현 기자 = "앞으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기억해야죠. 그것만이 제가 희생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네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3시쯤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교실.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나 이곳은 여전히 '2014년'이었다.
이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가 그대로 복원돼 있다.
이곳저곳 붙어 있는 달력과 식단표, 시간표를 비롯해 각 책상에 놓인 희생자들의 사진과 초상화 등이 모두 2014년 4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부 칠판과 책상에는 장난끼 가득한 낙서가 적혀져 있어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전교에 울리던 시끌벅적한 '그때'를 연상케 했다.
이런 모습을 본 추모객들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거나 묵묵히 희생자들을 위한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모습이었다.
경찰관이 꿈이었던 한 여학생의 자리에 놓인 경찰관 제복을 어루만지던 한 남성은 눈을 질끈 감고 한동안 기도를 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안산에 거주했다는 정현우 씨(36)는 "저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무능한 정부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안전에 무관심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속내를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끝까지 기억하는 일'"이라며 "이 사고도 하나의 역사다. 항상 마음에 새기고,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에서 왔다는 김우형 씨(38)는 "매번 올 때마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특히 '이들이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등에 대해 생각해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도 뭔가 바뀐 게 없고, 어떤 면에서는 더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기억하고,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저희 같은 일반 시민, 국민이 더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전 9시 50분부터는 단원고에서 '세월이 흘러도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제10주기 4.16 추모행사가 열렸다.
전교생 750여 명과 교직원 90여 명이 참석한 이번 추모행사는 △추모사 △선배가 보내는 편지 △추모 웹툰·영상 시청 △창작곡 공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후에는 '기억하겠다는 약속 2014.4.16 REMEMBER, 가슴에 노란리본 마음에 새긴 약속'을 주제로 하는 '단원 안전 한마당'이 이어졌다.
학생자치회 주도로 체육관 등에서 안전 부스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단원고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교통 안전'과 관련한 강연과 더불어 재난 트라우마 교육도 실시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저희도 수업을 병행하며 추모식은 물론, 안전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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