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면 너희 기억하며 살아가려고 해" 세월호 동갑내기의 편지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서 기억식…기억편지 낭독 등 거행
세월호 참사 10주기 '노란 물결'
- 유재규 기자
(안산=뉴스1) 유재규 기자 = "이름을 불러주세요. 강수정, 길채원, 김민지, 김소정…."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한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소재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사고로 숨진 희생자 250명의 이름이 찬찬히 울려 퍼졌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숨진 당시 단원고교 2학년1~10반 학생들의 이름이 한 글자씩 호명되자 기억식을 찾은 모든 이들의 눈물샘이 순식간에 터졌다.
4.16재단 주최 '4.16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민근 안산시장,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 및 희생자 유가족, 시민 등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물결이 곳곳에서 넘실거렸다. 다소 더워진 날씨에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을 위해 희생자 및 피해자 어머니들은 손수 모자를 준비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아직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박영인, 남현철 학생과 양승진 선생님 그리고 권재근, 권혁규 부자를 비롯해 하늘에서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을 고귀한 희생자들의 평온한 영면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종기(故 김수진양 아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국민들이 또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304명을 죽게한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우리 가족들은 외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정부에 요구한다 윤 정부는 추가조사로 밝혀지지 않은 진상을 조사하고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은 관련자들을 처벌해달라"고 강조했다.
'기억편지'는 단원고교 학생도, 희생자 유족도 아니지만 숨진 친구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1997년생 동갑내기인 김지애씨가 낭독했다.
지애씨는 "안녕, 나는 너희와 같은 동갑내기 지애라고 해. 나는 2014년 봄 이후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어. 금방이라도 진실을 찾겠구나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라며 "너희가 왜 사라져야 하는지, 찾지도, 알지도 못하고 결국 2022년 이태원 참사가 터졌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늘이 맑을 때 너희를 기억하고 꽃이 피면 너희를 기억하며 그렇게 살아가려고 해. 그곳에서 노래도, 그림도 많이 만들기를 바랄게.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기억억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해줘"라고 덧붙였다.
희생자 유족들은 △안전사회 건설 △국가책임 인정 △세월호참사 지우기 중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추모사업 추진 △사고 당시 국가 기록물 공개 △국가 책임자 처벌 △추가조사 이행 등 10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기억식이 열린 제3주차장 주변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가 오는 7월14일까지 진행된다. 17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추념 전시는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사운드, 사진, 퍼포먼스 등 현대미술로 구성됐다.
기억식은 416합창단 및 시민합창단 등 총 4160명이 '기억합창'을 부른 뒤, 오후 4시16분 사이렌 소리에 맞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 순으로 정리됐다.
한편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이날 기억식에 약 22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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