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 차림으로도 '한 표'… 사전투표 2일차 열기 '후끈'
오전 8시 경기 사전투표율 15.34%… 전국은 16.86%
- 김기현 기자
(경기=뉴스1) 김기현 기자 =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도 투표는 해야죠. 그래야 나라가 발전하니까요."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6시 40분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여모 씨(42)의 말이다.
환자복 차림에 수액이 달린 폴대까지 끌고 이곳에 나타난 여 씨는 약 3주 전 불의의 사고로 다리 등에 화상을 입어 현재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직 퇴원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지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을 힘겹게 내디딘 것이다.
여 씨는 "화성 동탄에 거주하는데 이곳 인근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가까운 데서 관외 투표를 했다"며 "시민으로서 정치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서민들을 위해 바뀌었으면 한다"며 "지금은 정치인들끼리 너무 싸우고 서민을 등한시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개선됐으면 좋겠단 마음"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여 씨를 본 다른 유권자들은 놀랍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한 투표관리관은 여 씨를 향해 여러 차례 "진짜 대단하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투표권을 행사하러 온 유권자들도 여럿 있었다. 한껏 꾸민 모습의 이들 손엔 여행용 가방 등이 쥐어져 있었다.
허모 씨(33)와 김모 씨(30·여) 부부 역시 이날부터 4박 5일간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기 전 투표소에 들렀다고 한다.
이들은 "(투표는) 권리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금자리'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6시쯤 용인시 기흥구 서농동 행정복지센터의 사전투표소에서도 투표하러 나온 유권자들의 행렬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 주차장에선 진출입 차량이 순식간에 몰려 한동안 정체가 빚어질 정도였다.
사전투표소 입구에 길게 줄지어 선 유권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 후보자의 공약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표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학교 이름이 적힌 이른바 '과잠'(대학과 학과의 로고 또는 이름이 들어간 점퍼)을 입고 온 김도윤 씨(23)는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 씨는 "청년으로서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하고자 아침 일찍 왔다"며 "현재 자취하고 있는데, 본 거주지가 부천이어서 관외 투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취업을 앞둔 만큼 청년 실업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해 가며 투표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신성우 씨(40)도 "본 투표일에 출근할 것 같아 미리 투표했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상식적인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사람들이 정치 생각 안 하고 살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잘했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물가가 좀 안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경기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8시 현재까지 총선 선거인 1159만5385명 중 177만876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 누적 15.34%(전국 16.8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때 같은 시각 경기지역 사전투표율 12.31%보다 3.03%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양평군 21.53%, 가평군 19.38%, 과천시 18.88%, 연천군 18.75%, 여주시 17.6%, 성남시 수정구 17.53%, 광명시 17.38%, 하남시 17.34% 등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내 총선 사전투표소는 31개 시군에 총 599곳 마련됐다. 사전투표는 5~6일 이틀간 진행되며 투표 시간은 오전 6시~오후 6시다.
사전투표를 위해서는 본인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관공서·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 부착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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