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교 붕괴 1년' 상처는 아직… 시민들 "언제 정상화하나"

성남시, 시공사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정자교 등 18개 '노후' 탄천 교량 재정비 방침

분당 정자교. 2024-04-05. 배수아 기자. 뉴스1./

(성남=뉴스1) 배수아 기자 = 2024년 4월 5일 오후, 분당 정자교가 붕괴한 지 1년째 된 날이다. 탄천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붕괴한 정자교는 여전히 철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1년 전 그날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는 듯했다.

당시 붕괴한 인도는 큰 철제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옆 도로를 좁혀 만든 '임시 통행로'로 오갔다.

'임시 통행로 폭이 좁아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현수막과 '교량 보도부 지장물 이설 공사 중'이란 현수막이 봄바람에 휘날리며 그날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마침 현장에선 안전모를 쓴 시 위탁업체 직원 두 명이 정자교에 대한 '해빙기 정기 안전 점검'을 벌이고 있었다. 성남시 전체 교량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자교를 바라보며 탄천변을 걷던 부부에게 다가가 "오늘이 정자교 붕괴 1년이 되는 날인데 아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부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느냐"며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분당 탄천으로 벚꽃 구경을 나왔다는 이소은(34) 씨는 "(교량이) 노후화해서 붕괴했다고 들었는데 이참에 노후화된 교량들이 다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자교가 언제 정상화될지 궁금해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임시 통행로를 건너던 분당구 주민 A 씨(60대)는 "너무 어이가 없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왜 아직도 (다리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는 건지, 왜 이리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안전하게 하리란 믿음은 있는데 조금은 불안하다"고 밝혔다.

정자교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란 백영준 군(19)도 "정자교 건너편이 연습실이어서 정자교를 계속 오가는데 (공사) 처리가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군은 "처음 정자교가 완전 막혔을 땐 불편했는데 지금은 임시 통행로가 뚫려 조금은 낫다"며 "그런데 지나다니면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있긴 하다"고 전했다.

옆에 있던 이정은(19) 양도 "안 그래도 지난번에 친구랑 지나가면서 언제까지 임시통행로로 다녀야 하는 건지 얘기했다"며 "밑에 (구조물) 철거도 안 했고, 바꿀 거면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 정자교. 2024-04-05. 배수아 기자. 뉴스1./

붕괴한 정자교가 아직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성남시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때문이다.

시는 작년 7월 중순쯤 법원에 '정자교 증거 보전 신청'을 한 후 2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가 대한토목학회에 의뢰한 정자교 현장 감정 기간이 이달 30일까지여서 붕괴한 정자교 또한 현재 보전돼 있는 상태다. 토목학회는 작년 12월과 올 2월 등 2차례에 걸쳐 정자교 현장 감정을 벌였다.

시는 이달 안으로 법원에 현장 감정 보고서가 제출되면, 이르면 올 9월쯤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이와 별도로 소송 결과가 나온 후 바로 새 교량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작년 10월 시작한 설계는 현재 70%까지 진척된 상태다.

시는 정자교뿐 아니라 정자교와 비슷한 시기(1992·93년)에 분당에 만든 노후화된 탄천 교량 18개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18개 교량 중 정자교와 같은 시공법인 '캔틸레버' 공법이 적용된 16개는 철거 후 새로 지을 예정이고, 다른 2개는 보수 보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4개 교량은 이미 발주돼 착공에 들어갔고, 다른 4개 교량도 이달 안에 조달청에 입찰 공고가 올라간다.

이를 위해 시는 본예산에 400억 원을 확보했다. 부족한 비용은 추경예산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