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82% 배정'…지방대들 "의료서비스 획기적 개선 기대"(종합)

대학들 환영의 뜻 내비쳐…다만 의대 구성원 의식해 입장 발표는 꺼려
지자체들 "수도권 쏠림 완화 기대"…의료계 "의료현실 무너뜨려" 반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전국종합=뉴스1) 양희문 한귀섭 오미란 임충식 유승훈 조아서 김지혜 장수인 서충섭 허진실 김기현 기자 임양규 수습기자 = 정부가 기존보다 2000명 늘어난 의과대학 정원 배정 결과를 확정한 가운데, 입학 정원이 늘어난 지역 대학들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지자체들도 이번 정원 확대가 지역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역 의료계는 정부의 의사 증원 방침에 반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는 등 집단 사직을 예고하고 있다.

◇ 의대 2000명 증원분 중 비수도권에 '82% 배정'

교육부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비수도권에 약 80%(1639명) 정원을 우선 배정했다. 수도권 내에선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간 의대 정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경인 지역에 남은 정원 18%(361명)를 전부 배정했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인천지역은 △성균관대 80명 △아주대 80명 △차의과대 40명 △인하대 71명 △가천대 90명이다. 강원지역은 △강원대 83명 △연세대 미래(원주 분교) 7명 △한림대 24명 △가톨릭관동대 51명이다.

경상권은 △동국대 WISE 71명 △경북대 90명 △계명대 44명 △영남대 44명 △대구가톨릭대 40명 △경상국립대 124명 △부산대 75명 △인제대 7명 △고신대 24명 △동아대 51명 △울산대 80명이다.

충청권은 △순천향대 57명 △단국대 천안 80명 △충북대 151명 △건국대 글로컬 60명 △충남대 90명 △건양대 51명 △을지대 60명이다. 전라권과 제주는 △전북대 58명 △원광대 57명 △전남대 75명 △조선대 25명 △제주대 60명이다.

정부의 전국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 공개를 앞둔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지역대학 "의료서비스 개선에 획기적 전환점"

의대 정원이 확대된 지역 대학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관련 시설 확충 계획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남대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지역 공공의료 체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정부가 기대하는 지역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 의료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사립 의대 중 정원이 가장 많은 조선대는 당초 신청 숫자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아쉬워하면서도 시설과 교원 확충 등 교육환경을 점검해 지역의료 확충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선대는 45명을 추가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25명만 늘어났다.

의대 입학 정원이 기존 40명에서 100명으로 2.5배 확대된 제주대는 입장문을 내고 "신청한 그대로 받아들여져서 좋다"며 환영했다. 이어 "이른 시일 안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설 설비 구축 등 의대 구성원의 아쉬움과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 방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대는 "1000개 병상과 2개 권역센터(심혈관질환센터·응급으료센터)를 운영하는 데 비해 턱없이 부족한 49명 정원으로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조치로 병원의 의사 인력 운영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증원은 의료서비스 개선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양질의 의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노력하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일부 대학은 의대 구성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입장 발표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원광대·강원대·한림대·부산대·고신대 등은 이번 의대 확충 배분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약 한 달 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강대강 대치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의 모습. 2024.3.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지자체들 "과감한 결단 환영…수도권 쏠림 완화될 것"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에 대해 지자체들은 "지역의 필수 의료를 살리는 데 필요한 정책임을 공감한다"는 등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는 넓은 면적에 비해 낮은 인구밀도, 단절된 지리적 특성으로 필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의료인력 양성과 의료서비스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방의 의사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과감한 결단에 크게 환영한다"며 "전향적인 결정이 울산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대 의대 정원은 40명에서 120명으로 기존 인원의 3배 증가했다.

제주도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제주대 의대가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과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심뇌혈관 질환 등 주요 질환 대상 전문진료센터 지정과 중증환자 치료시설 확충, 우수 의료인력 정착 지원방안 마련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방의 심각한 필수 의료인프라 붕괴와 의사·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필수 의료 분야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한 20일 오후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지역 의료계 "의료현실 무너뜨리는 행위" 반발

지역 의료계는 정부의 의사 증원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과대학들은 정부의 의사 증원 방침에 반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는 등 집단 사직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대 의대·전북대병원 소속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오늘 의료와 교육 현장을 책임지는 의사와 교수의 의견을 묵살한 채 졸속으로 결정한 의대 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한 동아대 의대 교수는 "현재 49명 정원에 맞춰진 시설이라 최대로 수용해도 70~80명까지 수업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이번 연도 신입생들이 유급될 경우 동아대는 내년에 현 인원의 최대 3배의 학생을 수용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충북대 의과대 모 교수는 "예상하던 결과다. 교수들의 사직을 더 앞당기고 대량사직을 예상한다"며 "현재 학생 수업에 필요한 시설과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와 힘을 합쳐 행정조치가 취소되도록 소송을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yhm95@news1.kr